“안녕하세요. 흔한 직장인입니다. 지난 주 팀 회식을 했습니다. 인턴 여직원이 취해서 제 옆에 앉더군요. 근데 이 친구가 은근슬쩍 제 허벅지를 쓰윽 만지는 겁니다. 제 착각인줄 알았지만 갈수록 이 친구가 제 등을 손바닥으로 쓰다듬고 자꾸 실수인척 제 허벅지를 건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회식 끝나서 택시 잡는데 절 뚫어져라 쳐다보며 하실 말씀 없냐는 겁니다. 저는 없다고 답한 후 택시를 태워 보냈는데... 이거 뭔가 신호 보내는 거 맞죠?”
그 여자 혹은 그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마녀사냥’에 문을 두드려라. 신동엽, 성시경, 샘 해밍턴, 허지웅 기자가 남자의 심리를, 한혜진, 레이디제인, 곽정은 기자가 여자의 심리를 낱낱이 분석하며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생생한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토크버라이어티 JTBC ‘마녀사냥’이 안방극장에 안착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미비했던 존재감은 어느덧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하며 높은 관심과 인기도를 방증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겨우 붙잡아 어렵게 진행했던 거리 인터뷰도 이제는 알아서 줄을 설 정도다. 이게 고작 두 달만의 변화다.

‘마녀사냥’이 종편채널의 한계에도 불구,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발칙한 연애코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연에 따라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는 남녀의 속내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농밀한 성적 농담에도 큰 논란이 되지 않는 건, 순전히 네 명의 MC와 패널들의 입담 덕분이다. '자타공인 19금 개그맨' 신동엽은 장난기 넘치는 섹드립으로 성(性)을 유쾌하게 논할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가령 27일 방송분처럼 신동엽은 “남자들의 팔꿈치는 만져도 되요. 주름이 있어서 고환과 질감이 비슷하니까”라며 거침없는 19금 토크를 펼친다. 여성 방청객들은 불쾌해하기는 커녕 “어우 신동엽 또 저래”라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이에 신동엽은 "어릴 때 남자들은 많이 얘기하는건데?"라며 능청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신동엽은 단연 방송 불가수준의 섹드립도 용인되는 몇 안 되는 방송인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허 기자와 성시경은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연의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 토론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그들의 시니컬하고도 날카로운 촌철살인 조언은 '혹시나'하며 품고 있었던 미련을 떨쳐내기에 제격이다.
그런가하면 곽정은 에디터와 한혜진은 여러 사례와 객관적인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여심을 낱낱이 분석한다. '톱게이' 홍석천은 “게이클럽에 오는 여자들은 무장해제한다. 그러다보니 진짜 선수들은 이 여자들을 노려 게이클럽으로 오기도 한다”며 음지 문화로 평가받던 성소수자들의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정보와 웃음을 제공한다.
이렇게 매 회마다 펼쳐치는 흥미진진한 돌직구와 섹드립으로 삼포세대의 마음까지 훔친 '마녀사냥'. 아직 시청률은 아쉬운 수준이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방송에 젊은세대가 응답한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27일 공개된 위의 사연에 대한 여자들의 입장을 덧붙인다. 곽정은 기자는 “술자리에서 여자가 등과 허벅지를 터치했다면 200% 오늘 밤 나는 너를 원해였고, '할 말 없어요?'라고 물었던 상황에서 여자가 원해던 대답은 '우리끼리 한잔 더 해요'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자의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반면 남자인 허지웅은 사연남에게 일찍 귀가할 것을 충고했다. 그는 “사전에 감정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직 인턴 여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를 문제의 소지가 많다”라며 예상에 없던 하룻밤 사건이 생긴다면 반드시 녹음을 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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