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T 신임 감독은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캄캄하다”라고 웃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창단 감독의 어려움이 농담 속에서 잘 드러났다. 그러나 KT는 그 어두움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강훈련과 함께 KT가 힘찬 출발을 알리고 있다.
올해 창단이 결정돼 신인드래프트로 ‘1기’ 수혈을 마친 KT는 25일부터 27일까지 공개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며 팀 뼈대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KT에 지명된 신인 선수들은 지난 23일부터 한곳에 모여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들의 티를 벗지 못한 선수들이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신인들 특유의 패기는 살아있었다.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KT다. 전국체전에 출전해야 할 몇몇 선수들은 팀에 합류하지도 않았다. 현재 인원은 20명 남짓으로 대학 야구장을 빌려 훈련하고 있다. 인원도 적고 여건도 부족한 데다 코칭스태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체계적인 훈련은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2015년 돌풍을 꿈꾸는 조범현 KT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쉴새없이 조련하고 있었다. 훈련장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KT 선수들은 오전 9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10시부터 강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훈련장에 도착해 워밍업을 시작으로 수비 펑고, 타격 연습,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오후 훈련이 끝난다. 오후 6시 저녁 식사를 하고 7시부터는 야간 훈련에 돌입하는 일정이다. 아마 시절 이런 강훈련을 받아보지 못한 선수들로서는 고된 훈련일 법하다. 훈련장 곳곳에서는 악에 바친 기합 소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조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는다. 조 감독은 앞으로의 훈련 강도 조절에 대한 질문에 “훈련을 줄일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이제 막 학교를 벗어난 선수들이라 지금은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점점 강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취임 당시 “강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하겠다”라고 밝힌 조 감독의 구상은 한치의 변함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조 감독이 첫 번째로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아마추어의 티를 벗는 것이다. 기량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인 부분부터 개조하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조 감독은 “선수단 훈련 첫 날 이런 부분을 이야기했다. 아마추어의 티를 최대한 빨리 벗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프로선수가 된 만큼 훈련에 임하는 자세부터 프로답게 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 감독은 기적을 믿는다. 조 감독은 “지금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인내를 가지고 선수들을 조련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암시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조 감독은 “어린 선수들 아닌가. 잠재력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되겠나’ 싶다가도 한 순간에 그 잠재력이 탁 튀는 선수들도 봤었다”며 다시 훈련장을 응시했다. 신인드래프트에 이어 트라이아웃까지 마친 KT는 10월 남해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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