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할배할매, 언제까지 어깨춤만 출 수 있을까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9.29 09: 34

TV만 틀면 여기저기 할배, 할매 천국이다. 나영석 PD의 신작 tvN '꽃보다 할배'의 흥행 성공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저마다 중년을 넘어 노년의 스타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KBS가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로 신호탄을 쏘더니 SBS도 손주 양육 버라이어티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안방극장에 때 아닌(?) 실버 물결을 일으킨 주역은 '꽃보다 할배'다. KBS '1박2일'의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인 배낭여행 프로젝트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균 연령 76세의 노년 배우들이 유럽과 대만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비교적 젊은 40대의 짐꾼 이서진이 가세해 더욱 풍성한 그림들이 그려졌고 이제껏 몰랐던 TV 속 아버지들의 매력부터 이서진의 원초적인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공감과 동경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해와 소통의 발판을 마련해주면서 웰메이드 예능으로 평가받는 중. 앞으로도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미 2탄으로 여배우들을 멤버로 한 여행을 준비 중이며 내년 초에는 다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의 멤버로 '꽃보다 할배'를 이어간다.

1탄 '꽃보다 할배'가 대박이 나자 곧장 움직인 것은 KBS다. 아류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꽃보다 할배'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시작은 파일럿 방송 후 분분한 평가로 나타났다.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 등 노년의 여배우들 사이에 젊은 남자 배우 이태곤이 합세해 '꽃보다 할배'와 비슷한 듯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파일럿으로 시험대에 올랐고 정규 편성까지 됐지만 아직 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 현재까지 3회차가 방송됐고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분위기다.
그런가 하면 SBS는 노년의 스타가 손주를 양육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 형식으로 구성하는 또 하나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현재 기획 단계로 정확한 포맷이나 멤버, 편성 일정 등은 미정인 상황이지만 '꽃보다 할배'와 '마마도'에 이은 또 하나의 실버 예능이 탄생할 조짐이다. 그러나 스타가 아이를 키우거나 돌보는 형식의 버라이어티는 과거로부터 반복됐던 포맷인데다 그 주체가 노년의 연예인이라면 이 역시 새로울 것은 없어서,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탄생할지 방송가 안팎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쯤 되면 실버 예능 붐 시대다. '꽃보다 할배'의 출연진은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본업인 연기는 물론 광고 시장에서 유례없는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을 향한 팬덤까지 생겨날 정도니 가히 신드롬과도 같은 인기다. '마마도'나 SBS의 새 예능이 '꽃보다 할배'의 성공 사례를 따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러나 성패와 상관없이 분명 많은 노년의 스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현실이다. 늙고 뒤처져 특별히 조명 받지 못하던 노년의 연예인들이 줄줄이 안방극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실버 물결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장년, 노년의 시청자들이 향유할 콘텐츠는 늘어난 모습이지만 젊은 세대의 오감을 만족시킬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지금의 노년 예능 붐이 과연 장기화될지 아니면 잠시의 유행으로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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