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DNA? 힘 빠진 SK의 나약한 가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28 20: 34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가을 DNA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가을바람만 불면 강해지곤 했던 그들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팀 곳곳에 바람이 빠진 채 좌충우돌하는 풍선 신세가 됐다.
SK는 27일과 28일에 걸쳐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27일에는 연장 12회 혈투에서 1-1로 비겼다. 28일에는 독기를 품은 KIA의 방망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6-14로 졌다. 마운드가 홈런 세 방을 맞는 등 제대로 얻어터졌다. 이로써 SK는 60승60패3무를 기록해 최후의 자존심인 5할 승률이 위태해졌다.
SK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14일과 15일 넥센과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사실상 가을에 대한 꿈이 수포로 돌아갔고 25일 문학 삼성전에서 패함에 따라 산술적인 가능성마저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만수 SK 감독은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원 가능한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시키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구상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병이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주축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의지를 보였지만 아픈 선수들까지 경기에 내보낼 정도의 총력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몸 곳곳이 아픈 정근우가 주전 라인업에서 빠져 있고 박진만은 무릎이 좋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필승조 요원이었던 윤길현도 팔꿈치 보호 차원에서 역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허리가 좋지 않은 박정권도 27일 경기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8일에는 규정타석을 채운 김강민 역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가 필요하다. 필승조인 박정배도 최근 출전이 제한된 일자가 있었고 앞으로도 시즌 중반만한 활용은 어렵다. 그러다보니 투·타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대체 선수들이 투입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주전 선수들에 비해서는 경기력이 떨어진다.
선수들의 의지도 문제다. SK 선수들의 정신력은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정평이 나 있지만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마당이다. 한창 쫓아갈 때와 같은 집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는 이 감독도 인정한다. 최근 무성의한 타격과 주루 플레이,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 플레이가 자주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을 DNA도 정상적인 전력과 선수들의 예민한 집중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 두 요소가 모두 사라진 SK의 가을은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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