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발로 포항 구한 박성호, '나는 가을남자'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9.29 07: 28

'가을남자' 박성호(31)가 발과 머리로 2골을 뽑아내며 포항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포항은 지난 28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홈경기서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박성호의 천금 헤딩 동점골에 힘입어 극적인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불안한 선두를 이어가던 포항이 까다로운 인천 원정길서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승점 54점을 기록하며 2위 울산과 3위 전북과 격차를 2점으로 벌려놓았다. 울산이 2경기, 전북이 1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지만 승점 3점 이상의 값진 1점이었다.

'가을남자' 박성호가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날 최전방에 박성호 대신 유창현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의 제로톱 전술이었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한 유창현의 몸은 무거웠다. 인천 수비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꽁꽁 묶였다. 황 감독이 숨겨둔 발톱을 드러냈다. 0-1로 지고 있던 후반 14분 김승대 대신 박성호를 투입했다.
신의 한 수였다. 포항은 후반 27분 인천에 추가골을 내주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했다. 패배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던 순간 박성호가 구세주로 나섰다. 발과 머리로 한 차례씩 인천의 골네트를 가르며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박성호는 0-2로 끌려가던 후반 31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신영준의 짧은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열리지 않던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이후 파상 공세를 벌였다. 겹겹이 수비 벽을 에워싼 인천의 골문을 상대로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추가시간 4분 중 3분이 흐르도록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모두가 인천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만 남은 상황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인천의 왼쪽 측면에서 이명주의 마지막 크로스가 올라왔다. 190cm의 장신 박성호가 문전에서 번쩍 뛰어올랐다. 날카롭게 휘감긴 공을 정확히 머리에 맞히며 인천의 골망을 갈랐다. 인천은 주저앉았고, 포항은 환호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비록 승리의 환호는 아니었지만 패배 직전에서 거둔 값진 승점 1점이었다. 2골을 넣은 박성호의 원맨쇼가 빛났다. 포항 팬들로부터 얻은 '가을남자' 별칭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박성호는 올 시즌 8월까지 리그 22경기에 나와 3골에 그쳤다. 하지만 9월 들어 4경기서 4골을 뽑아냈다. FA컵 준결승전까지 포함하면 5경기서 5골을 넣었다. 지난 8일 전북전 2골, 14일 제주와 FA컵 4강전서 결승골을 터트린 데 이어 이날 2골을 넣으며 명실공히 가을남자로 거듭났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서 "(박)성호가 후반에 들어가 잘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야흐로 '가을남자' 박성호의 시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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