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땅히 축하할 일이지만 그럴수록 더 도드라지는 씁쓸함이 있다. 바로 토종 에이스들의 부진이다. 당장 토종 10승 투수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제 경쟁력을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까지 자타 공인 리그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14승7패 평균자책점 2.97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30일 마지막 등판이 예정된 가운데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의 동시 달성도 기대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기상을 널리 떨치는 대업이다. 그러나 정작 전 세계 야구인들이 달리 봐야 할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토종 에이스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종 에이스들의 비상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9개 구단 체제로 일정에 여유가 생겨 각자 개인 최다승을 경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다음주면 시즌이 마무리되는데 성적표는 썩 좋지 못하다. 류현진의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던 기대주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놓고 더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대표팀 우완 에이스 윤석민(KIA)은 부상으로 고전하며 3승6패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83으로 부진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마무리로 전업하며 그나마 승수 쌓기에 제동이 걸렸다. 류현진과 함께 좌완 에이스 자리를 놓고 다퉜던 김광현 역시 10승을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4.47로 리그 19위에 그쳤다. 어깨 재활 이후 한 시즌을 소화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판이다.
당장 토종 최다승은 배영수(삼성)로 14승이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어쩌면 토종 15승을 배출하지 못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배영수도 평균자책점이 4.49라는 점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윤성환 장원삼(이상 삼성)이 12승, 송승준(롯데)이 11승, 차우찬(삼성) 김광현(SK) 노경은(두산) 류제국 우규민(이상 LG)가 10승으로 그나마 선전한 경우다. 하지만 이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은 단 한 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이라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덮어두기에는 전체적인 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흥행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에이스들이 승리 행진을 하며 리그 전체의 흥행을 선도해야 하는데 이제 투수 지표의 상위권은 외국인 투수들의 이름으로 도배가 된 상황이다. 프로야구의 김이 빠질 수 있다. 더 큰 무대인 MLB에서 14승을 달성한 류현진의 대업이 한국프로야구에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간과하기에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