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컨저링'이 신드롬이라 부를 만한 흥행력을 보여주며 극장가에 '다크 호스'로 떠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컨저링'은 지난 28일 하룻동안 전국 562개 스크린에서 18만 8907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140만 493명을 기록했다. 이는 '관상'에 이은 박스오피스 2위의 기록으로 화제작 '스파이'도 밀어낸 성적이다.
이로써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컨저링'은 개봉 12일만에 140만 관객 돌파를 이루게 됐다. 공포 장르 외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주온' 이후 10년 만으로 1999년 개봉한 '식스센스'(배급사 기준 160만여명)의 기록을 14년만에 깨고 국내 최고 공포 외화 흥행작에 등극할 조짐이다.

이 같은 예상 외, 예상보다 큰 흥행에 영화 관계자들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는 공포영화의 틈새 시장은 대목 때 반드시 등장한다는 일종의 흥행 법칙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관상'이 추석 연휴 기간 700만 명을 동원하고 '스파이'가 추석 액션코미디 영화로서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가운데서도 '컨저링'은 다양성을 찾는 관객들을 일깨우며 꾸준히 흥행을 이어갔고, 결국 '스파이'를 추월하게 됐다. 명절 연휴에 공포영화가 흥행영화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틈새 시장은 일명 대목 극장가인 파이가 큰 극장가에서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보여준다.
또 이 영화의 흥행 원동력에는 10대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 집계에 따르면 '컨저링'의 예매 관객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훌쩍 넘는다. 맥스무비가 집계를 시작한 뒤 공포 장르에서 10대의 예매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10대들에게 15세 관람가인 '컨저링' 보기는 하나의 놀이가 된 분위기다. '얼마나 보고 무서움을 느끼느냐'가 일종의 놀이나 서로간의 게임처럼 번지고 있는 것.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무서운 영화'란 입소문도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있다.
물론 '컨저링'은 진부한 스토리라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영화는 새 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100년 전 살인사건의 혼령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귀신들린 집'이란 소재는 공포영화가 수없이 반복해 온 이야기다. 이 영화 역시 소재나 내용 면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눈여겨볼 만 하다. 때로는 극도의 잔인함 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공포가 더 소름끼치듯,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얼만큼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쏘우' 시리즈의 연출자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