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근형과 이상엽이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 서로에 대해 아픈 마음을 간직한 채 아직은 그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소 나이 차가 나는 부자(父子)다.
박근형과 이상엽은 지난 28일 오후 첫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퇴직 판사 정현수와 그의 혼외 자식 정재민으로 등장했다. 정재민은 누구에게나 밝고 유쾌한 인물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 온 자식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인물.
이날 방송에서는 여러모로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정재민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는 둘째 누나 유라(한고은 분)에게는 지독하게 미움을 받고, 아버지로부터도 “도대체 뭘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잔소리를 들으며 취업에는 계속 실패해 각종 대행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재민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올곧은 성격의 아버지 정현수는 그런 아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지위와 인맥이 있는 친구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해 자녀들을 취업시켰지만, 그는 그런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5년 전 상처하고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정현수의 아들의 향한 서투른 사랑은 안방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할 만 했다.
정현수는 취업 면접을 보는 재민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서투른 솜씨로 생선도 구워냈지만, 아들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는 시험 볼때는 미역국도 안 끓이고 달걀도 깨뜨리지 않았다"라고 속모르는 소리를 한 뒤 밥 한 술 뜨지 않고 자리를 떴다.
단막극을 제외하면 이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상엽은 겉으로는 밝지만, 속앓이를 하는 정재민 역을 자연스러움과 특유의 유쾌한 매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근형은 위엄있고 근엄하지만 자녀들을 향한 사랑 표현에는 서툴러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아버지 정현수 역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완성했다. 그간 느와르 풍의 강한 드라마에서 선이 굵은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정현수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힘을 뺀 모습이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보였던 로맨티스트의 모습도 어느 한편 보이는 듯했다.
또 그런 박근형과 이상엽이 만들어낸 부자 '케미스트리'는 예상 외로 괜찮았다.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어색해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앞으로 펼쳐질 감동의 포인트를 제시했다.
앞으로 '사랑해서 남주나'는 이 두 부자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현수는 반찬가게 여주인 홍순애(차화연 분)와 황혼의 로맨스를 그려낼 예정이고, 홍순애의 딸 송미주와 현재 연애 중인 정재민은 또 다른 여자 은하경(신다은 분)의 등장으로 관계의 변화를 맞이한다. 두 부자가 어떤 이야기들로 안방 극장에 웃음과 감동을 줄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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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남주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