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그 중에서도 선발놀음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LA 다저스는 최고의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듯 보인다. 클레이튼 커쇼(25)와 잭 그레인키(30)라는 사이영상 수상 경력 듀오가 포스트시즌 준비태세를 마쳤다.
내셔널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다저스는 오는 10월 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대망의 포스트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아직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 1·2차전을 원정에서 치르는 것은 확정됐다. 대개 MLB 팀들은 홈 승률과 원정 승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홈 이점이 있다. 여기에 원정팀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열화와 같은 야유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은근한 자신감이 있을 법하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투펀치를 원정 1·2차전에 투입시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계산이다. 미 언론들도 이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이영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구위가 뛰어나고 큰 경기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배짱을 가진 커쇼와 그레인키가 원정의 불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이런 자신감은 근거가 없지 않다. 3년 연속 MLB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전설적인’ 성적을 남긴 커쇼는 올 시즌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했다. 2005년 로저 클레멘스 이후 8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시즌 막판 다소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도 했지만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이닝 4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16승과 컨디션 조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9일 마운드에 오른 그레인키도 무난하게 컨디션 조절을 끝냈다. 90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을 2.63으로 끌어내렸다. 시즌 초반 난투극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며 팀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했던 그레인키는 이 경기 전까지 후반기 13경기에서 7승1패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하며 커쇼 못지않은 성적을 냈다. 설사 커쇼가 1차전에서 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레인키라는 또 하나의 필승카드가 버티는 것이다.
컨디션을 조절한 두 선수는 자신들의 포스트시즌 잔혹사를 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전망이다. 커쇼는 2008년과 2009년 포스트시즌 무대에 등판했으나 아직 1승이 없다. 밀워키 시절이었던 2011년 포스트시즌 3경기에 나섰던 그레인키 역시 당시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6.48로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커쇼는 그 때보다 더 성장했고 그레인키는 그 때보다 더 좋은 동료들이 있다. 다저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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