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부지방으로 분류 되는 아이치현에는 인구 42만의 중핵 도시 ‘토요타 시’가 있다. 인접한 도시 나고야 시는 선동렬 기아 타이거즈의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 할 당시 소속 구단이던 주니치 드래곤즈의 홈구장이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 낯익다. 아이치현의 20%를 차지하는 918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는 첨단 자동차 산업과 농업 및 임업이 공존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의 본거지가 있는 도시라면 언뜻 회색의 산업도시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통팔달로 뻗은 대로와 웅장한 공장 건물, 그리고 선적을 기다리는 수천 대의 자동차, 여기에 공장지대 특유의 매캐한 공기….
그러나 토요타 시가 주는 느낌은 이곳이 과연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의 본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즈넉했다. 공기는 맑고 거리는 푸르름을 자랑하는 가로수가 곳곳에 우거져 있으며 사람들은 여유가 넘치도록 차분했다.

토요타자동차의 견학 프로그램은 더 놀랍다. 가장 먼저 들르는 장소가 기계소리 웅장한 생산공장이 아니다. 망치소리 대신 새소리가, 자극적인 용접광 대신 밝은 햇살이, 공장의 먼지 대신 숨길 좋은 맑은 공기가 손님을 맞는 울창한 숲이다.
이름하여 ‘토요타의 숲’이 토요타자동차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들은 ‘숲’에서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공장 매연을 맡기 전에 먼저 폐를 정화하라는 의미일까?
아니었다. 그들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 환경 오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주범, 자동차 산업의 선봉에 선 이들이 되레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숲은 그 자체로 CO2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토요타의 숲’을 가꿔 지구 온난화를 막는 그 방대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일까? 그 목적이라면 CO2의 주 발생지인 도심 가로수를 정비하는 게 더 효과적일 터.
아니었다. ‘토요타의 숲’은 토요타 자동차가 추구하는 미래의 상징이었다.
‘토요타의 숲’은 1997년 토요타 시내의 사유림 40헥타르(돔구장 약 10개 면적)에 조성 된 자연학습장이며 임업실험장이다. 잡목림을 벌채해 숲이 좀더 젊어지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에코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자연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연간 7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인재육성을 위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에코 숲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토요타자동차의 방향성이 숨어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환경’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는 신념이다. 자동차는 인류의 교통 편의를 위해 개발 된 문명의 이기이지만 어느새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파괴자’가 돼 있었다.
결자해지랄까? 환경 파괴자의 멍에를 쓴 그들이 앞장서서 지구 환경 복원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토요타의 숲’은 담고 있었다.
키리모토 케이스테 토요타 홍보부 해외홍보실장은 “토요타자동차는 연간 120억 엔(약 1307억 원)에 이르는 사회공헌 비용 중 상당 비중을 ‘토요타의 숲’과 같은 환경 사업에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타자동차가 일관되게 추구해 왔던 ‘하이브리드’ 기술은 단순한 ‘이종 결합’의 의미를 넘어 ‘유한한 에너지의 무한화’를 구현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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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숲’ 안내원이 숲 속에서 도마뱀을 잡아 들어 보이며 숲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는 잘 가꿔진 토요타의 숲. 맨 아래 사진은 자동차 리사이클을 목적으로 1970년 7월 설립 된 토요타메탈에서 자동차 재활용 자원을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