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10월 5일 시즌 최종일까지 1·2·3위를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역대급 페넌트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태풍의 눈에는 2위 LG가 있다.
LG의 2013시즌은 이미 대성공이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티켓을 잡으면서 10년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수주 모두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으로 가장 많은 관중을 잠실구장에 불러들이는 중이다.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의 주인공을 LG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LG는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창원 NC전에서 승리하고 롯데가 패하면서 그토록 그리던 가을잔치 진출이 확정됐지만, 당시 1위 삼성과 승차 없는 2위에 자리 중이었다. 게다가 3위 넥센에 불과 2경기 앞서 있었다. 홈경기도 아니었고 1위 상승 가능성과 3위 추락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어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를 축하하기가 애매했다. LG는 29일까지도 1위 삼성에 0.5경기 뒤져있고, 3위 넥센에 1경기 앞서 있다. 1위면 한국시리즈 직행이지만 3위면 10월 5일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단 이틀만 쉬고 준플레이오프 돌입이다.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LG 투수조 조장 봉중근 또한 이러한 상황을 두고 선수들의 입장을 밝혔다. 봉중근은 29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일단 우리의 현실적인 목표는 2위다. 물론 1위하면 좋고 3위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사실 3위는 의미가 없다. 두산이랑 붙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3위나 4위나 마찬가지다. 선수들 모두 꼭 2위는 해야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중근은 “이렇게 매일 매 경기가 중요하다보니 선수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발투수만 봐도 1, 2점 먼저 주면 조바심을 느끼는 거 같다. 선수들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대변하며 “사실 올해는 정말 잘한 해인데 더 잘하려고 하는 게 욕심으로 작용하지는 않나 생각한다.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이고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도 영광이다. 5할 +20도 처음이다. 근데 솔직히 지금 우리가 +20하고 있는 팀의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LG는 최소 목표인 2위 사수를 위해 매일 삼성과 넥센 결과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남은 5경기 중 4승 이상을 거두고 1위 삼성이 막판 4경기서 2승 2패면 1위를 탈환한다. 2위를 위해서는 3위 넥센에 1경기 앞서 있고 남은 경기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만일 넥센이 한 경기라도 LG보다 많이 이기면 LG는 3위로 떨어지게 된다. LG가 없고 삼성과 넥센에 있는 ‘2무’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일단 남은 5경기 일정은 30일 두산-1일 롯데-2일 한화-3일 한화-5일 두산. 30일 두산전을 치르고 10월 1일 사직 롯데전에 임한 뒤 다시 10월 2일과 3일 잠실에서 한화를 상대한다. 연전 중간에 1박 2일로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가야하는 것이다. 선수단 전원이 부산을 오고가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이날 그라운드에 오른 선수들의 체력소모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4경기가 홈경기며 상대 팀 또한 잔여 시즌 경기 결과가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4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준비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순위가 거의 확정된 한화와 롯데도 2014시즌을 준비하는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승리를 보장할 수 없고 방심 또한 절대 금물이다. 그래도 일단 잔여 경기가 모두 원정인 삼성과 넥센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특히 넥센의 경우, 10월 1일부터 마산-인천-광주-대전 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만만치 않다.
상대가 좌완 선발투수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청신호다. 올 시즌 LG는 상대 선발투수가 좌투수일 경우 32승 20패 승률 61.5%로 우투수 35승 25패 승률 58.3%보다 높다. 롯데와 한화가 선발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LG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유희관-김사율-유창식-이브랜드와 상대한다. 김사율만 우투수고 나머지 3명은 좌투수로 LG에 호재가 될 수 있다.
LG는 29일에는 좌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4회말 5점을 몰아 뽑으며 다시 타선의 폭발력을 보인 바 있다. 이날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박용택은 “최근 너무 잘하려다 보니 팀 타격이 전체적으로 소심해지고 말았다. 치기 좋은 공은 놓치고 나쁜 공에 헛스윙을 하곤 했다”며 “오늘 김무관 타격코치님, 노석기 전력분석 팀장님과 이 부분을 의논했고 ‘공격은 공격답게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오늘 나온 안타 중 두 개도 볼을 쳐서 만들었다. 그만큼 전환점을 잘 잡은 것 같다. 팀 전체 타격 사이클이 이미 바닥을 쳤으니까 오늘을 계기로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끝까지 물고 물리는 상위권 경쟁에 대해 “중요한 경기들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별도의 미팅 시간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다. 야구는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에 다 만들어진다. 지금 시점에서는 패를 다 열어놓고 하는 것이다”며 “사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지치기는 했다. 그렇다고 안타치기 싫어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힘들수록 하던 대로 하자고 하고 있다. 매일 경기 결과에 따라 극과 극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는데 순위 싸움을 재미있게 만들도록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국 LG의 진짜 상대는 삼성·넥센이 아닌 LG 자신이다. ‘부담 없이 하던 대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미 올 시즌 내내 저력을 증명한 만큼, 좋은 흐름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2위 사수, 혹은 1위 탈환으로 2013시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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