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회 징크스는 마지막까지 깨뜨리지 못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의 마지막 목표도 1회 징크스와 함께 날아갔다. 이제 포스트시즌 등판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이 가을잔치에서 이 징크스를 통쾌하게 날려버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류현진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0-2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15승 달성에 실패했고 평균자책점도 조금 올라 3.00을 기록했다. 15승-2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목표는 아쉽게 다음으로 미뤘다.
당초 70개 정도의 투구수가 예정되어 있었던 류현진은 이날 4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졌다. 전반적으로 초반에 고전하며 투구수가 불어났다. 문제는 또 1회였다. 류현진은 1회 블랙몬에게 볼넷, 러틀리지-헬튼에게 연속 연타를 맞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후 류현진은 툴로위츠키에의 좌전 적시타 때 선취점을 허용했다. 4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의 첫 피안타이기도 했다.

비록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하며 추가 실점을 막긴 했지만 류현진의 1회 징크스는 이날도 이어진 모습이었다. 결국 이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패착이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1회에 유난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전까지 1회에 평균자책점 4.97로 부진했다. 피안타율은 2할9푼7리로 이닝별 피안타율에서 가장 높았다. 여기에 전체 피홈런 15개 중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7개를 1회에 맞았다. 분명 1회 출발이 좋지 않았다.
류현진은 자신의 1회 부진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넣으러 가는 공이 맞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문제점의 정확한 인식, 그리고 스스로의 극복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징크스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실제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의 완투패 당시에도 1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잘 던지는 날도 1회는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징크스를 깨는 것은 류현진의 장기적인 롱런은 물론 올 시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은 최고의 전력을 가진 팀들이 맞붙는 무대다. 말 그대로 기세 싸움이다. 그리고 이 기세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선취점의 유무다. 선취점을 내는 팀들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불펜 요원들을 동원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반대로 끌려가는 팀은 부담을 가진 채 경기에 임해야 한다.
실제 어느 리그에 가도 선취점은 승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긴장감이 최대가 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심리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류현진의 1회, 그리고 경기 초반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이 노출했던 약점을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극복하는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류현진이 마지막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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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