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전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기성용(24, 선덜랜드)이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훔쳤을까.
기성용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리버풀과 홈경기서 풀타임 활약했다.
선덜랜드 임대 이적 후 최고의 경기였다. 기성용은 이날까지 4경기 연속(컵대회 포함) 선발 출전하며 굳건한 입지를 과시했다. 특히 그간 자취를 감췄었던 공격적인 재능도 맘껏 뽐냈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장기인 중거리 슈팅을 선보였다. 기성용은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6분 아크 정면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리버풀 수문장 시몬 미뇰레가 쳐냈지만 팀 동료 엠마누엘레 자케리니의 리바운드 슈팅으로 만회골로 연결됐다. 기성용이 만회골의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국 언론의 좋은 평가도 이어졌다. 스카이 스포츠는 기성용에게 평점 7점을 부여하며 "팀의 수준을 조금 높였다"고 칭찬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6점 혹은 5점을 받은 반면 기성용은 케이런 웨스트우드,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함께 7점을 받았다.
A대표팀 재입성에도 청신호를 켰다. 기성용은 최근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을 향한 SNS 파동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후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기회를 기다렸다.
새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성 첫 해 주전으로 활약했던 스완지 시티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고심 끝 지동원의 소속팀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신의 한 수였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경기 감각을 꾸준히 쌓았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소속팀서 꾸준히 뛰어야 한다'는 선수 선발 원칙에도 부합됐다.
그리고 이날 홍 감독이 기성용에게 궁극적으로 원하는 경기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선수 점검 차 영국을 들렀던 홍 감독은 지난 23일 입국 인터뷰서 "기성용은 이적 후 2경기를 치렀다. 컨디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태"라며 "선덜랜드 감독도 경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브라질전 호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경기력에 물음표를 달았다.
기성용의 리버풀전 맹활약으로 홍心을 움켜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홍 감독은 이날 오전 10시 반 축구회관에서 브라질-말리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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