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이 처한 상황은 차이가 있지만 승리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 영원한 라이벌 두산과 LG의 천적 맞대결에서 두산의 카드가 적중했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시즌 15차전에서 7-3으로 승리, 시즌 70승(53패 3무)을 올렸다. 이로써 두산은 LG와 상대전적에서 8승 7패로 우위를 점했다. 반면 갈 길 바쁜 2위 LG는 52패(72승)째를 당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3위 넥센에 겨우 2리차로 앞서게 됐다. 또한 삼성이 승리하면서 1위와의 격차는 1.5경기차로 늘어났다.
이날 승부의 테마는 천적 극복이었다. 두산 좌완 선발투수 유희관은 통산 LG를 상대로 8경기 21이닝을 소화하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14로 선전했다. 통산 첫 선발승 또한 지난 5월 4일 LG전에서 올렸다. 이후 유희관은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 두산이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토종 좌완 에이스로 떠올랐다.

두산에서 방출당하며 야구 인생에 위기를 맞이했던 신재웅 또한 두산을 상대로 부활했다. 신재웅은 지난해 7월 26일 두산전에서 6년 만에 선발승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올 시즌도 7월 27일 두산전에서 시즌 첫 선발승에 성공하면서 벤자민 주키치의 공백을 메웠다. 그러면서 신재웅은 통산 두산을 상대로 13경기 38⅓이닝 동안 5승 1패 평균자책점 2.35로 호투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치열한 투수전이 예상됐지만 경기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두산 타자들은 신재웅의 직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일찍이 승기를 잡았다. 2회초 이원석이 볼넷으로 출루한 것을 시작으로 최재훈과 김재호가 신재웅의 직구에 연속 안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2사 1, 3루에서 허경민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로 3-0, 두산이 초반 흐름을 완전히 가져갔다. 결국 신재웅은 3회초 김현수를 잡은 뒤 김선규와 교체되며 조기강판됐다.
반면 유희관은 자기 몫을 다했다. 지난 6일 9승을 올린 이후 20일이 넘게 아홉수에 시달렸던 유희관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차분하게 마운드를 운용했다. 유희관은 직구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체인지업과 커브로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6회말 2점을 내줬지만 볼넷은 단 하나 밖에 없었고, 유희관의 뒤를 이어 등판한 홍상삼이 유희관의 주자를 묶어 유희관의 선발승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날 승리로 유희관은 1988년 윤석환 이후 두산 구단 25년 만의 두 자릿수 승을 달성한 토종 좌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두산은 포스트시즌서 LG와 만날 경우, 다시 한 번 유희관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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