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살아있다".
삼성 외야수 이상훈(26)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상훈은 9월 확장 엔트리에 맞춰 1군에 등록됐다. 11경기에서 23타수 8안타 타율 3할4푼8리 2홈런 2타점 6득점으로 기대이상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볼넷 2개, 몸에 맞는 볼 3개로 출루율은 4할6푼4리이며 장타율도 6할5푼2리. OPS는 무려 1.116에 달한다.
삼성이 9월 이후 배영섭의 부상 공백과 LG의 거센 추격에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에는 예상치 못한 이상훈의 깜짝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작은 키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을 뿐 중학교 때부터 이상훈은 만능 선수였다. 내년에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과 기대를 아끼지 않는다.

경북고-성균관대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상훈은 지난 3월 삼성 우완 투수 길태곤과 1대1 맞트레이드 돼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6월 중순 잠깐 1군에 등록돼 2경기를 뛰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2군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하지만 9월 확장 엔트리와 함께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배영섭의 부상 공백으로 기회 잡은 이상훈은 171cm 75kg 작은 체구에도 호쾌한 스윙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뿜어내며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1위 싸움을 펼치는 상황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상훈은 최근 활약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 한화에 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는 만큼 전보다 절박함이 더 많이 생겼다"며 "기술적으로는 짧게 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잘 맞은 타구가 장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팀이다 보니 집에서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다. 부모님께서도 많은 힘을 주신다"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류중일 감독의 칭찬과 기대, 트레이드에 대한 호평에 대해서도 이상훈은 "기분은 좋지만 살짝 부담도 된다. 하지만 더 잘 하라는 의미로 알겠다. 트레이드를 못했다는 것보다는 잘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성래 수석코치는 "이상훈은 다부지고 눈빛이 살아있다"며 "타격에서도 불필요한 동작 없이 제 타이밍에 스윙이 나오니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칭찬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포스트시즌 엔트리 한 자리도 기대해 볼만하다. 하지만 이상훈은 "물론 욕심은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자신을 낮춘 뒤 "내년에 (배)영섭이형이 군대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하겠다. 타율도 높이고, 더 많이 출루할 수 있도록 시즌을 마치면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 소속팀 한화에서도 이상훈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이상훈은 우리팀에 있을 때부터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훈련한 선수였다. 운이 따르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을 뿐"라고 말했다. 2군에서 무명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상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보란듯 1위팀 삼성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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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