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임창용, 뱀의 제구를 잡아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01 06: 24

성적 자체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데뷔하며 알을 깨뜨리고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 희망찬 2014년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그 중요한 전제 조건은 역시 제구가 될 전망이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재활을 거쳐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임창용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승격을 이뤘다. 그 후 성적은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5.40이었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법하다. 오히려 MLB 무대에서 내년을 위한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속이나 구위에 큰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임창용은 승격 당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80~90% 정도”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등판과 재활을 병행하는 일정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자신의 최고치에 못 미쳤고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구단도 올 시즌 모습이 임창용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시카고 컵스에 임창용은 2014년을 내다본 전력이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뚜렷한 보완점도 남겼다. 바로 제구였다. 첫 경기만 해도 임창용의 제구 불안을 단순한 ‘긴장’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우세했다. 제 아무리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임창용이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낯설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등판 기록이 쌓여가는 도중에도 제구는 곧잘 문제를 일으켰다. 전반적으로 과감한 승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제구 불안이 더 도드라진 측면도 적지 않다.
임창용은 올 시즌 총 123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스트라이크는 65개로 비율이 50%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우타자를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가 이뤄지지 않았고 변화구 제구에도 애를 먹었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직구를 많이 던지며 구위를 살리려 애 썼으나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았던 셈이다. 임창용은 5이닝 동안 7개의 볼넷을 내줬다. 피안타(6개)나 탈삼진(5개)보다 더 많은 수치였다.
트리플A에서 뛰던 당시 임창용은 11⅓이닝에서 4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탈삼진은 12개나 됐다. 그러나 MLB에서는 그 수치가 역전된 것이다. 이 볼넷 수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임창용이다. 컵스는 신진급 불펜 요원들이 2014년을 바라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창용도 구위 회복과 함께 제구도 한결 나아지는 모습을 내년 개막 이전까지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문제만 해결한다면 컵스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유의 볼끝은 MLB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임창용이다. 시즌 막판 3경기 2⅔이닝에서 5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이 중 직구가 네 개였다. 그리고 그 중 세 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자신의 전성기 구속보다 빠르지 않은 공을 가지고도 헛스윙을 유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의 궤적과 움직임이 까다로웠다는 의미다. 뱀이 코스만 잘 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임창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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