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에는 홈런도 나오면서 타구가 멀리 갔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이제는 잘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군입대 전 그의 한 시즌 최고 타율은 2010년 2할8푼6리. 그나마도 64경기 70타수로 표본이 적었다. 선수 본인도 시즌을 치르면서 “내가 3할 이상을 때려내고 있다니 적응이 안 된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누가 뭐래도 팀 내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다. ‘민뱅’ 민병헌(26, 두산 베어스)은 선수 본인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뛰어난 타자로 우뚝 섰다.
올 시즌 민병헌은 117경기 3할2푼 9홈런 65타점 27도루로 공수주에서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청 입대 전부터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안정된 수비를 인정받았던 민병헌은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타격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경찰청 복무 2년 간 평균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으나 1군 무대에 과연 통할 것인지 의문도 많았던 민병헌은 2,3번 타순을 오가며 팀의 득점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 9월30일 잠실 LG전서는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7-3 승리를 이끌고 선발 유희관이 팀 사상 25년 만의 첫 국내 좌완 10승 투수가 되는 데 힘을 보탰다. 남은 두 경기서 민병헌이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타율은 3할1푼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상 올 시즌 팀 리딩히터의 자리도 예약한 상태. 시즌 전 전지훈련서 타격폼에 변화를 주고 초점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던 민병헌은 연습의 효과가 실전에서 발휘되고 있다며 기뻐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다만 지금은 제가 어떻게 연습을 하고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타석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나설 수 있게 되었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것이 저절로 경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운도 좋았고”.(웃음)
이전까지 민병헌은 다리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내려찍는 타격을 해왔다. 공을 맞추는 데는 수월했으나 힘을 제대로 싣기는 힘들었던 만큼 민병헌은 왼발을 약간 올렸다 내리면서 때려내는 중심이동 타격으로 변화를 줬고 이는 대성공이 되었다. 선수 본인은 전지훈련 당시 “컨택 능력 극대화보다 내가 때려낼 수 있는 범위의 공은 확실히 힘을 싣는 타격을 하고 싶다”라며 타격폼 변화에 대해 설명했던 바 있다.
“다리를 들지 않고 때려내는 것보다 여유 있게 나설 수 있는 것 같아요. 시즌 초반에는 꽤 홈런도 나오고 타구도 멀리 가서 뿌듯했는데 지금은 시즌을 치르면서 컨택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타격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올 시즌이 끝난 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향한 각축전이 대단할 전망이다. 자리는 세 자리지만 3할 이상의 정확성과 빠른 발, 안정된 수비까지 보여주는 외야수들이 10명 가량 되기 때문이다. 시즌 전 팀 내 우익수 주전 경쟁의 차점자였던 민병헌은 어느새 당당히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없는 명품 3할 외야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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