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영화 ‘평양성’을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은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 2011년, ‘평양성’이 흥행에 실패하면 상업영화를 은퇴하겠다고 충무로 은퇴선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연출 복귀 소식이 영화계에 날아들었다. 그가 자신이 내뱉은 연출 은퇴 선언을 번복하게끔 만든 작품은 바로 영화 ‘소원’. 그것도 평범한 소재가 아닌 한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가족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남긴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에 충무로의 시선은 단숨에 이준익 감독에게로 집중됐다.
그는 은퇴 선언을 번복한 것에 대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절하기 미안했다고. 또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조건적인 복수가 아닌 피해자의 내일을 들여다보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다고 이준익 감독은 전했다.

“거절하기 미안했어요. 처음에는 이러한 소재를 또 스크린에서 보면 불편하지 않을까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점점 몸의 온도가 바뀌더라고요. 솔직히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많았지만 우리와는 주제가 달랐잖아요. 이러한 사건의 해결이라는 게 가해자에 대한 처절한 복수나 엄중한 처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해결이 아니라고 봐요. 피해자의 내일과 미래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걸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올바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우리 영화인 것 같아요.”
‘소원’엔 악인이 한 명도 없다. 소원이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그 한 사람 말곤 소원을 둘러싼 이들은 모두 따뜻하다. 너무나도 동화 같은 이야기에 현실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네니 영화는 동화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그였다.

“우리 영화에는 착한 사람들만 나와요. 영화는 희망을 주는 것이잖아요. 영화는 아름다운 동화에요. 특히 우리 영화는 현실의 끔찍함을 놓고 만든 동화죠. 소원이의 가족이 사고 나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긍정적이고 우울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죠. 신파로 가면 힘들잖아요. 밝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어떤 배우들 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해낸 배우는 아역배우 이레.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이레를 캐스팅 한 이준익 감독은 이레를 ‘여우주연상 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레와의 원활한 소통을 만들어 준 이레의 부모님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연기 선생을 현장에서 붙였어요. 그런데 이레 양 어머님이 워낙 지혜로운 분이라 많이 도와주셨죠. 이레랑 소통을 해야 되는데 엄마와 아이가 쓰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니까 정확한 예를 들어서 상황의 감정을 설명해 주셨어요. 이레는 주변의 도움으로 정확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레가 힘들어 한 적이 한 번 있는데 분장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것 말곤 즐겁게 촬영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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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