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 "'금뚝'이 대표작? 당당하지 않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0.02 09: 02

배우 백진희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으로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숙한 게 분명해 보였다. MBC 시트콤 '하이킥'에서 뭔가 억울해보이는 한 없이 어린 소녀같던 그가 참혹한 시월드를 마주한 눈물 많은 며느리가 됐다.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터.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굉장히 뜻깊다고 했지만,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주저했다.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드라마가 종영했지만, 아직 실감이 안 나 대본을 들고 촬영장을 가야할 것 같다는 그는 "그 동안 찍은 작품들이 선배들이 많지 않고 다 또래였는데, 처음으로 선배들이 많은 작품을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어른들이 많은 드라마였기에 그 만큼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극 중 정략결혼으로 재벌가 며느리가 된 몽현을 연기한 그는 이 작품으로 팬층이 더욱 넓어졌다. 주위의 반응을 묻자 "'하이킥' 때도 많이 알아봐주셨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었어요. 마트나 식당에서 '열심히 하라'며 응원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몽현으로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을 터. 실제로 몽현과 비슷한가란 질문에 그는 "연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역할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비슷한 걸 찾으니까 경계가 허물해지는 시점이 온다"라는 배우스러운(?) 대답을 들려줬더,
"연기를 한다는 생각 보다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몽현이가 돼 있구나'란 느낌이 들어요. 매 작품마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솔직히 스스로 놀라기도 해요. '아, 내가 여기서 이럴 수도 있구나'하고. 신기하죠. 몽현이로 이혜숙 선생님한테 혼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막 울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내가 누군지 캐릭터와 구분하고 나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해요. 짧개는 2주, 길면 한 달 정도 걸리죠. 어떻게 나로 돌아오냐고요? 여행이 좋죠. 최근 '꽃보다 할배'를 보니 유럽여행을 정말 가고 싶더라고요. 만나는 친구들은 연예인 대신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교 학교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야 나로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아요."
결혼도 하지 않은 24살의 꽃 다운 아가씨가 간접적으로 엄청난 '시월드'를 경험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쉽지 않더라"고 말하며 슬며시 웃어보였다.
백진희는 시월드 후유증으로는 위염이 와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을 정도였다. 이 작품으로 결혼관이 확실히 정립됐다는 그는 "사랑받는 집안으로, 날 좋아해주는 곳으로 시집가야 된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았다. 그 전까지 결혼관이 막 확고했던 건 아니었는데, 부유하거나 안 하거나를 떠나서 사랑을 많이 주고 받은 집안에 시집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삐그덕대지 않고 구김살 없는 데 가야 할 것 같다. 행복하자고 한 결혼이 불행하면 쓰겠나"란 어른스러운(?) 대답을 들려줬다.
이어 "그럼 결혼을 언제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을 하면서 외로울 때가 많아요.그래서 항상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 해요(빙긋)". 이러 덧붙인 말 "그런데 상대가 없네요."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박서준과 달달한 분위기 때문에 핑크빛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리만족하면서 찍었다"라는 그는 박서준과 남다를 것 같다는 말에 웃어보였다. "우리가 얼굴이 닮았대요. 모든 신이 대부분 같이 걸려서 되게 정말 친해졌어요. 밥도 정말 많이 같이 먹었거든요."
극 중 세 명의 젊은 남자 배우들 중 실제 박서준이 이상형인가란 질문에는 "어렵다. 그래도 의리있게 제 남편을 골라야겠죠?"라는 현명한 대답을 내놨다.
함께 한 배우들과도 막역했다. "한지혜 언니는되게 신기한 게 몽희-유나 때가 실제로도 완전 달라요. 유나로 있을 때는 거의 말을 안 해요. 그런데 몽희로 있을 때는 진짜 언니 같고요. 선생님들도 정말 감사했어요. 한진희 선생님은 조언 많이 해 주시고, 김지영 선생님은 친 할머니처럼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최명길 선생님은 눈만 보면 눈물이 나요. 정말 엄마 같고 맘고생하고 있는 것 같고." 그의 눈이 금세 촉촉해졌다.
이번 작품으로 백진희가 대표작을 냈다는 말도 있다.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많은 작품을 했지만 대중에 가장 그 얼굴을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백진희는 이를 일단 '보류'했다. 스스로 부족해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이 남아요.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만큼 스스로 당당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랑을 받기는 했지만요.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요? 저한테는 정말 다 소중해요. '금뚝'도 그렇고 영화 '반두비'는 첫 작품이고, '페스티벌'도 기억에 남고, 최근 '무서운 이야기'도 그렇고요. 예전의 나를 되찾으면서 찍은 기억이 나요."
앞으로 휴식 기간 봉사활동을 떠날 계획이라는 그는 쉬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닥치는 대로 열심히 연기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백진희의 격정멜로'도 기대해봐도 좋겠냐고 물었더니 "물론이죠!"란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껏 보여준 것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배우임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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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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