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의 가을은 끝났지만 추신수(31)의 가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로 와일드카드 티켓을 따낸 신시내티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벌어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6으로 완패를 당했다. 신시내티는 올 한 해동안 같은 지구에서 치열하게 싸운 피츠버그에 다시 무릎을 꿇고 단 1경기만에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이날 추신수는 3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4번 타석에 들어가서 2번 출루에 성공하면서 내셔널리그 출루율 2위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줬고 이날 신시내티의 2득점을 홀로 올리면서 톱타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다만 추신수 혼자만의 활약으로 팀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추신수의 홈런은 큰 의미가 있다. 8회 토니 왓슨을 상대로 터트린 추신수의 홈런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좌완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유일한 홈런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추신수의 가을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추신수는 이제 FA 자격을 얻어 자유의 몸이 됐다.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총액 1억달러를 넘는 거액의 계약이 나올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헌터 펜스가 5년 9000만달러로 계약을 맺으면서 '추신수 계약의 출발점은 펜스가 될 것'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완벽해보이는 추신수지만 약점이 있었다면 바로 좌완투수를 상대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 3할1푼7리 21홈런을 기록했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타율 2할1푼5리 무홈런으로 약했다. 좌완 상대 출루율은 3할4푼7리로 나쁘지 않았지만 장타율이 2할6푼5리로 너무 낮았다. 올해 추신수는 우완투수를 상대로는 리그 최고의 타자, 좌완투수를 상대로는 평범한 타자였다.
이러한 가운데 비록 1개의 홈런이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올해 첫 좌완상대 홈런을 기록한 점은 추신수의 몸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 추신수는 좌완을 상대로 극단적으로 약한 타자는 아니었지만 2011년 몸에 맞는 공 이후 약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커리어 통산 104개의 홈런 가운데 91개는 우완, 13개는 좌완이었는데 올해가 특이한 해였다. 좌완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는 건 어느정도 약점 극복에 해답을 찾았다고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이 홈런이 포스트시즌에 나왔다는 점도 추신수에게는 호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단 1경기로 모든것이 결정된다. 선수들이 느낄 중압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번에 포스트시즌에 처음으로 출전한 추신수는 홈런을 포함,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큰 경기에 약한 타자는 아니라는 걸 증명해냈다.
올해 22번째 나온 추신수의 홈런은 FA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이번 홈런을 '추신수 설명서' 맨 아랫줄에 적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선수의 작은 기록과 그 의미 하나까지 협상에 적극 활용하는게 보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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