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 앞에는 희망찬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 언론들은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작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추신수는 2일(이하 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타수 1안타(1홈런) 1사구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비록 팀은 선발 쿠에토의 초반 난조와 중심타선의 침묵 탓에 2-6으로 지며 일찌감치 가을야구서 탈락했지만 추신수의 분전은 눈부셨다. “월드시리즈에 가고 싶다”라는 자신의 의지를 경기장에서 마음껏 분출했다.
하지만 신시내티는 탈락했고 이 경기는 추신수가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추신수도, 신시내티도 서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신시내티는 재정적 여건상 몸값이 높은 추신수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신수도 신시내티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프로의 세계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당장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5년을 기준으로 1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고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가치에서 추신수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가 최근 소속팀과 5년 9000만 달러의 거액 계약을 맺은 터라 추신수의 가치는 이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것이 확실하다. 신시내티는 이런 거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미 CBS스포츠도 이런 점을 거론했다. CBS스포츠는 신시내티의 올 시즌 결산 기사에서 추신수의 거취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추신수가 떠나느냐, 남느냐에 따라 내년 신시내티의 구상이 확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CBS스포츠의 맷 스나이더 기자는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계속 보유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추측한다. 그의 요구 몸값 때문”이라면서 “만약 그의 몸값이 마이클 본(클리블랜드) 수준까지 내려온다면 레즈가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본의 몸값은 지난해 FA시장에서 급락을 거듭해 4년 48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신시내티도 추신수 붙잡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추신수의 몸값은 그 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스나이더 기자는 추신수의 이적을 염두에 둔 듯 “해밀턴이 중견수 자리에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수준급 좌익수를 영입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서도 “다시 이야기하지만 추신수의 몸값이 떨어진다면 그는 좌익수로도 어울리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정황상 추신수와 신시내티의 작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결국 신시내티의 내년 전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신시내티로서는 올해 뭔가 일을 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가득할 만하다. 그만큼 추신수가 신시내티에 미친 영향력이 거대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양자가 어떤 길을 걸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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