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승을 거둔 리그 정상급 투수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변수가 많았다. 분위기에 휩쓸렸고 결국 난관에 부딪히며 쓴 맛을 봤다. 포스트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는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추신수의 소속팀인 신시내티는 2일(이하 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6으로 졌다. 조이 보토, 브랜든 필립스라는 중심타자들의 침묵도 문제였지만 역시 가장 큰 패인은 선발 싸움의 완패였다. 믿었던 에이스 카드 조니 쿠에토가 3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4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지며 경기가 시작부터 꼬였다. 반면 피츠버그는 선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가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단판승부라는 점에서 비상한 긴장감이 맴돈 한 판이었다. 그러나 쿠에토는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 보였다. PNC파크를 가득 메운 피츠버그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도 하나의 거대한 파도였다. 시즌 막판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쿠에토가 급격하게 흔들린 하나의 이유였다. 구속 자체는 정상적이었지만 제구가 흔들리며 장타 두 방을 허용하고 무너졌다. 확실히 위기관리능력에서 평소의 쿠에토가 아니었다.

올림픽 결승전 선발투수의 경험이 있는 류현진이다. 큰 무대에서의 배짱은 이미 증명이 됐다. 일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홈경기 출전이 확실시된다. 다저스타디움에서 강했던 류현진이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그러나 어쨌든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은 처음이다.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1승1패나 2패로 몰린다면 더 그렇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도 교훈이 있다. 쿠에토는 경기 초반 장타를 내주며 분위기를 완전히 뺏겼다. 류현진은 올 시즌 15개의 피홈런 중 7개를 1회에 얻어맞았다. 그 외에도 1회에 유난히 약한 모습이었다. 선취점을 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모습이 되풀이된다면 또 초반부터 기선을 뺏긴 채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팀 타선에도 부담이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더 그렇다.
실제 쿠에토는 물론, 1일 열렸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진출 결정전에서도 텍사스 선발 마틴 페레스에게비슷한 일이 있었다. 페레스는 선취점을 내줬고 3회 롱로리아에게 중월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역시 초반 기선을 완전히 내줬다. 분위기를 잃은 텍사스는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선발이 초반에 불안했던 텍사스와 신시내티가 탈락이라는 같은 길을 걸은 것이다. 류현진도 곰곰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다만 스스로도 초반 문제점을 알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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