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100% 전력을 가동한 적이 거의 없다.
삼성은 지난해 25승을 합작한 미치 탈보트(14승)-브라이언 고든(11승)과 모두 재계약을 포기하고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150km대 강속구가 주무기인 밴덴헐크와 로드리게스를 앞세워 더욱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기대 만큼 실망도 컸다. 밴덴헐크는 전반기 13차례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퇴출 통보를 받았다. 대체 선수 에스마일린 카리대 또한 마찬가지.

위기 속에서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등 토종 선발 4인방의 활약이 돋보였다. 9개 구단 가운데 이들 만큼 탄탄한 토종 선발진은 없다. 류중일 감독은 2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올 시즌 투수 부문 수훈 선수는 토종 선발진"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삼성의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는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올해 만큼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수의 주축 선수들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그 공백은 크지 않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강명구, 김태완, 정병곤, 성의준, 정현(이상 내야수), 정형식, 이상훈(이상 외야수) 등 백업 요원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분이기도 하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도 절대 무리하게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 부상 위험에 노출된 선수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킨다.
"상태가 심한 건 아니지만 열흘간 쉬면서 확실히 치료하는 게 낫다. 항상 시즌은 길게 봐야 한다"는 게 류 감독의 말이다. 팀당 128경기를 소화하는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의 성패는 선수층이 좌우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두 선수가 빠졌다고 팀 전체가 흔들리는 일부 구단과 달리 주력 선수들이 대거 빠져도 선두를 지킬 수 있는 게 삼성 라이온즈의 힘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