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울린 ‘햇빛 노인정’, 단막극 존재 가치 증명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0.03 08: 03

MBC 단막극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이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단막극 시리즈의 순항을 알렸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 1부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햇빛 노인정 송노인의 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친구들이 장례식을 미리 치러 조의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하는 좌충우돌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백일섭, 이호재, 박혁권 등 탄탄한 중견 연기자들의 열연과 이성준 PD의 섬세한 연출, 노해윤 작가의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내세워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가짜 장례식을 주도하는 김구봉 역을 맡은 백일섭의 연륜 가득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미소를 유발하는 한편, 가슴 찡한 눈물 연기로 코끝을 자극했다.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노년의 설움을 공감 있게 다뤘다. 자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노인들의 아픔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중하게 다뤄졌다. 가짜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삶은 해학이 넘쳤다.
이 작품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재기발랄하면서도 의미를 놓치지 않은 드라마였다. 자식들의 무관심과 멸시에 화가 난 구봉의 “왜 난 살아 있는데 송장 취급을 하냐”는 가슴에 인이 박힌 말은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했다.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다양한 소재를 밀도 있게 다룰 수 있는 단막극의 장기를 잘 살렸다.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지만, 울림이 강한 이야기는 단막극이었기에 가능했다.
이 드라마는 MBC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을 받아 7년 만에 내놓은 단막극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다. 특히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촬영부터 색재현, 특수 영상, 컴퓨터 그래픽 등 후반 작업까지 UHD(초고화질)로 제작되며 높은 품질을 보였다. UHD는 기존 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고화질로,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제작진이 초고화질 영상을 위한 제작진의 생고생기는 높은 완성도로 증명됐다.
단막극은 신인 작가, 연출, 배우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창의적이고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선사한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MBC는 7년 만에 10편의 단막극을 준비, 오후 10시와 11시대라는 프라임시간대에 배치하며 이번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뛰어난 완성도로 향후 방송될 남은 단막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드라마 페스티벌’의 2부인 ‘불온’은 3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3부부터는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20분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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