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 10만 관중 침묵시킨 남자, '캡틴' 하대성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0.03 02: 20

그림같은 칩슛이었다. 하대성(28, 서울)은 자신이 찬 공의 궤도를 끝까지 침착하게 바라봤고, 공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그리고 하대성의 환호 뒤로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10만 관중의 침묵이 이어졌다.
FC서울의 '캡틴' 하대성이 소속팀의 창단 이후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서울은 3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열린 ACL 4강 2차전 에스테그랄(이란)과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해 1, 2차전 합계 4-2로 결승에 진출했다.
고지대와 기후, 시차는 물론 10만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악명이 높은 아자디 스타디움이라는 악조건이 고루 갖춰진 원정길이었다. 1차전에서 실점 없이 2-0 승리를 거두며 유리한 고지에 오른 서울이지만 부담스러운 원정길이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은 10만 관중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날 서울의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하대성이었다. 하대성은 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아크 정면으로 흘러나온 공을 침착하게 받아 수비수 한 명을 그대로 벗겨내며 왼발 칩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공수에서 숨가쁘게 합을 교환하던 두 팀간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이자, 에스테그랄의 결승 진출 희망을 부수는 쐐기포였다.
그림같은 하대성의 골은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각별한 기쁨을 안겼다. 11개월 전, 한국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 원정경기에 나선 하대성은 후반 32분 교체투입돼 0-1 패배를 직접 겪었다.
그리고 그 굴욕의 경기장을 다시 찾은 하대성은 아자디 스타디움의 10만 관중을 침묵하게 만든 멋진 골로 당시의 패배를 설욕했다. 뿐만 아니라 체력적 배려를 위해 하대성을 제외한 홍명보 감독에게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 골이기도 했다.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의 '캡틴'으로서도 제 몫을 다해준 하대성의 시원한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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