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난 죽은 거냐 산 거냐. 나도 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 죽지 못해서 사는게 아니야.”
10월 2일 노인의 날. 할배들이 안방극장을 웃고 울리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6년 만에 부활한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 첫번째 이야기 -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이하 ‘햇빛 노인정’)은 노인들의 빈곤문제, 자식들과의 갈등, 독거노인의 외로움 등을 밀도있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햇빛 노인정’에서는 폐암에 걸린 친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인정 가족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날 노인정 가족들은 송영감이 갑자기 쓰러지자 자식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도미한 자식들은 연락처마저 바꿔버린 상태였다. 노인정 가족들은 친구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았지만, 수술비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노인들은 하나같이 "내가 돈이 어딨어"라며 돈 몇만원 때문에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가, 차가운 무시만 받았음을 덧붙여 씁쓸함을 자아냈다.

결국 송영감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묘안을 떠올린 최옹식(이호재 분). 그는 가짜 장례식을 통해 조의금을 모아 송영감의 수술비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동네방네 곡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모은 햇빛 노인정 사람들은 완벽한 장례식을 만들기 위해 산송장까지 자처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을 눈을 속이기란 쉽지 않았다. 위기도 닥쳤다. 연락조차 없었던 송영감의 조카가 조의금을 노리고 등장한 것. 결국 송영감의 조카에게 가짜 장례식임이 등통나자, 박여사(안해숙 분)는 기지를 발휘해 조카를 쫓아냈다.
한편 최옹식과 김구봉(백일섭 분)은 박여사를 두고 삼각관계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노년의 로맨스를 꿈꾸던 구봉은 최옹식에게 질투하며 유치하게 굴었지만, 독립하기 위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는 옹식의 모습에 박여사를 포기했다. 이어 그는 “우리 나이가 되면 죽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무섭다”라며 옹식과 박여사의 만남을 응원했다.
이 과정에서 이호재는 과부 며느리에게 언제 버려질지 몰라 가슴 졸이고 사는 노년을 연기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친자식마저 부모를 외면하는 판에 과부 며느리가 언제까지 자신과 살겠냐는 것. 세상에서 버려지는 게 가장 두려운 호재는 폐암수술을 앞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나 무섭다. 송가야. 너라도 내 옆에 제발 오래 있어라.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라며 울먹였지만, 결국 송영감을 죽음을 맞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친구의 죽음에 충격 받은 구봉은 자신을 속였다고 원망하는 장의사 아들에게 “나는 산송장이 아닌데 내 친구, 내 돈, 내 욕심은 왜 송장취급을 해. 나도 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라고 진솔한 속내를 고백해 젊은 세대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진짜 장례식을 치른 햇빛 노인정 가족들은 친구의 유골함을 안고 그의 부모님의 곁으로 향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세계 노인의 날’을 맞아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이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 워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복지는 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33위를 차지했다. 독거노인들이 겪는 경제적 빈곤과 지독한 외로움을 그린 '햇빛 노인정'은 드라마가 아닌 지금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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