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기고 돈도 많은데다 여자한테 인기도 많은 사장님인 남자 주인공과 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보잘 것 없는 여자. 빤한 로맨틱코미디 같은 이 줄거리는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바로 흔한 캔디가 아닌 여주인공 태공실 덕분이다.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떠나려는 태공실(공효진 분)과 그를 잡으려는 주중원(소지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주중원은 유진우(이천희 분)와 함께 미국으로 가려는 태공실을 붙잡았다. 태공실이 이미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후였지만 태이령(김유리 분)의 도움을 받아 그를 비행기에서 끌어내리는 일에 성공했다. 결국 태공실은 다시 주중원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떠나겠다는 태공실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곤 주중원은 그 흔한 캔디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는 주중원 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제 3자가 보기에 주중원을 떠나려는 태공실은 눈물 겨운 캔디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공실은 달랐다. 그는 사실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으며, 사고 후 기억을 잃은 3년 간에 대해 알고 있는 유진우를 따라나서려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태공실은 주중원에게 "사장님을 좋아하면서부터 귀신을 보는 내가 싫어졌다. 바닥에 있는 내가 너무 비참했다. 달라지지 않으면 옆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항상 현실과 동떨어져야 했던, 학교도 마저 졸업하지 못했으며 혼자 고시원 옥탑방에서 살고 있는 여주인공 태공실은 그 흔한 캔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에 기대는 캔디보다는 스스로가 앞길을 새롭게 닦아 나갈 수 있는 행동을 선택했다.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한다는 주중원에게 달라지지 않으면 주중원에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태공실의 말은 그가 가지고 있는 태공실만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이 같은 태공실의 면모는 시청자들과 극중 인물들의 허를 찔렀다. "나 살기 위해 떠난다"고 외치는 태공실의 모습은 유약해보이는 겉모습에 숨겨진 강인한 내면을 엿보게 했다. 흔하디 흔한 설정인 '주군의 태양'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태공실 캐릭터 속에 있었다.
'주군의 태양'은 이제 최종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날 방송 말미 1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주중원과 태공실의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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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