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잔류와 메이저리그 도전. 이대호가 야구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오릭스 버팔로스와 2년 계약이 만료된다. 시즌 초부터 이대호의 거취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신 타이거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 중심타자가 필요한 팀에서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자 오릭스가 이례적으로 시즌 중 잔류 교섭에 들어가며 지키기에 나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떠올랐으니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일본 는 지난 2일 '이대호가 메이저리그행을 고심하고 있다'는 제목하에 일본 잔류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 31세의 이대호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시기가 오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이대호는 "더 큰 무대에 대한 꿈이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에 입단할 때도 메이저리그 진출놓고 고민을 한 그는 2년간 일본에서 활약하며 다시 한 번 빅리그 꿈이 살아나고 있다. 이 매체는 '사이 좋은 동갑내기 추신수(신시내티)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이대호를 자극시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도 이대호에 대해 "부상이 없고, 승부욕이 강하다. 안정적인 결과를 남길 수 있는 유형"이라며 위험 부담이 크지 않은 선수로 평가했다. 이미 시즌 초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가 오릭스 경기를 찾는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대호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할 경우 복수의 구단에서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롯데 시절 이대호를 지켜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이대호가 2년전 오릭스와 계약했을 당시 "그는 여전히 젊다. 일본에서 열심히 한다면 2년 뒤에도 메이저리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호는 배트스피드가 뛰어나고, 몸쪽과 바깥쪽에 상관없이 공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내 관점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잘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대호의 관건은 타격보다 포지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덩치가 크고 발이 느린 이대호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주포지션이 1루수인 만큼 타격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줘야한다. 하지만 2년째 일본에서 전경기 출전할 정도로 체력이 좋고, 내구성이 강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요소다. 지명타자제를 쓰는 아메리칸리그라면 활용도가 충분하다.
이대호의 상황은 지난 2006년 시즌 후 이승엽과 비슷하다. 이승엽은 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메이저리그 오퍼를 받았다. 하지만 요미우리에서 4년간 총액 30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이승엽을 잔류시켰다. 이승엽도 큰 기회를 준 요미우리 구단에 대한 도의적인 의리로 잔류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었다.
이대호도 지난 2년간 오릭스와 많은 정이 들었다. 오릭스는 올해보다 1억엔이 인상된 3억5000만엔의 연봉을 제시하며 성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가 꿈을 쫓는다면 돈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대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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