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지으면 꿀맛 같은 휴식과 함께 상대를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2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체력 소모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서울 3팀 2위 넥센 히어로즈와 3위 LG 트윈스, 4위 두산 베어스의 2위 전쟁.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2일 삼성 라이온즈가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결정지은 가운데 남은 것은 넥센과 LG, 두산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 쟁취 전쟁이다. 일단 3경기를 남겨둔 2위 넥센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으나 LG와 두산의 인터셉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넥센의 시즌 전적은 125경기 71승2무52패이며 3연패로 선두 경쟁에서 3위까지 밀려버린 LG는 126경기 72승54패를 기록 중. 두산은 126경기 70승3무53패로 LG와는 반 경기차, 넥센과는 한 경기 차다. 가장 유리한 팀은 역시 2위인 넥센이다.

넥센은 남은 세 경기 중 2승을 보태면 LG, 두산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다. 만약 넥센의 1승1무1패 시 두산이 2경기를 모두 이기면 승률 5할7푼6리로 동률이 되지만 넥센이 상대 전적 9승7패로 앞서 있어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다만 마산 NC 2연전을 치른 넥센은 문학 SK-광주 KIA-대전 한화 원정 3연전을 더 남겨두고 있다. 여독에 따르는 경기력 저하 여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산술적으로 한 차례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5일) LG와 두산은 둘 중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률 5할8푼 이상이 될 수 없다. LG가 가능한 최대 승률은 5할7푼8리1모이며 두산은 5할7푼6리. 넥센이 1승1무1패를 거두게 되면 LG는 2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승률에서 앞서며 2위 입성이 가능하다. LG가 1승1무를 기록하고 넥센이 1승2패에 그쳐도 LG가 2위가 된다. LG의 경우는 아직 무승부가 없어 의외로 승률 계산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4위 두산도 일말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두산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면 LG의 잔여 경기 승패는 자동적으로 최대치가 1승1패로 이어진다. 그리고 넥센이 남은 3경기서 1승2패를 기록하면 두산이 2위가 된다. 두산이 1승1무를 기록하고 LG가 1패1무, 넥센이 1승2패를 기록해도 두산이 2위로 올라선다. 두산은 5일 LG와의 잠실 맞대결서 패하면 자동으로 준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된다.
1주일 가량 적당히 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오는 상대와 맞붙을 수 있다는 달콤함이 있는 만큼 서울 3팀은 남은 2~3경기서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전력투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있는 힘을 쥐어짜고도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을 경우다. 두산은 3일 광주 KIA전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출격시키고 LG는 잠실 한화전에 레다메스 리즈를 넣는다. 잔여 경기를 모두 이기면 가장 믿을 만한 선발 에이스를 플레이오프까지 쉴 수 있게 할 수 있으나 준플레이오프로 가면 8일 1차전 선발로 써야 하는 만큼 많은 이닝을 부탁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5일 LG-두산전이 시즌 최종전인 만큼 믿을만한 선발 카드를 쓸 경우 넥센의 플레이오프 직행이 미리 결정되지 않는 한 LG, 두산은 일단 남은 투수 중 강력한 카드를 써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준플레이오프행이 결정된다면 의외로 준플레이오프에서 계투 싸움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계투 싸움으로 간다면 LG가 좀 더 유리하지만 계투 싸움 전개 시에는 양 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 시 안고 갈 체력 소모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장 유리한 넥센도 아직 안심할 만한 입장은 못 된다. 염경엽 감독은 “확실한 특급 에이스 카드가 없는 것이 고민”이라며 팀의 아쉬운 부분을 자평했다. 지난해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브랜든 나이트는 올 시즌 12승10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아쉬움이 있다. 3일 SK전에 출격하는 좌완 앤디 밴 헤켄이 9월 4승무패 평균자책점 0.35 특급투를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 풀타임 특급 에이스의 이미지는 아니다.
선수들 모두가 공헌했으나 넥센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은 선발진보다는 4번 박병호를 필두로 한 강력한 중심타선의 공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타격은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큰 만큼 일단 남은 세 경기서 기본적으로 활약이 중요한 쪽은 투수진, 특히 선발진이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서는 넥센도 일단 당장 이기고 봐야 하는 만큼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써야 한다. 한 경기 더 남겨둔 것은 더 이길 수 있는 여유가 될 수도 있으나 더 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지닌 양날의 검이다.
2~4위팀들이 단 2~3경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반 경기 씩 붙어있다. 플레이오프 직행이 주는 달콤함이 큰 데다 팬들 앞에 프로선수로서 미덕을 보여줘야 하는만큼 일단 전력투구가 우선이다. 그러나 실패와 함께 준플레이오프행 두 팀에게 따르는 시즌 말엽의 피로는 더욱 큰 여파로 다가갈 수 있다.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노리는 서울 3팀의 싸움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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