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화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최하위 한화가 결과적으로 1~2위 순위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삼성·넥센·LG·두산 등 4강팀과 맞대결에서 유독 LG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1위에서 3위로 끌어내린 것이다. 그 사이 삼성이 1위 확정지었고, 2위 싸움은 넥센이 유리해졌다.
LG는 지난달 19일까지 1위를 달리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4일까지 2위 삼성에 2.5경기차 앞선 1위를 달리며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하위 한화에 계속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달아날 수 있을 때 달아나지 못했고, 중요한 순간에 주저앉고 있다.

한화는 9월 이후 4강팀을 상대로 4승8패로 승률이 3할3푼3리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에 1승4패로 당행고, 두산에는 3전 전패했다. 넥센과도 1경기를 붙어 졌다. 삼성·두산·넥센에는 1승8패로 극도의 열세를 보였다. 그런데 LG와 4경기에서는 3승1패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나타냈다. 시즌 상대전적은 5승10패로 한화가 열세지만 9월 이후에는 완전히 양상이 바뀌었다.
지난달 5일 대전 경기가 그 시작이었다. 한화 선발 송창현이 6⅔이닝 2피안타 4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 갔고, 한화는 박정진-김혁민-송창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총동원하며 2-1 한 점차 신승을 거뒀다. LG로서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뼈아픈 경기였다.
한화의 고춧가루는 지난달 25일 대전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LG 킬러' 유창식이 7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LG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김태균이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가동하는 등 타선도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8-1 완승을 거뒀다. 이날 패배로 LG는 1위 삼성과 격차가 2경기차로 벌어지며 1위 싸움에서 멀어졌다.
2일 잠실 경기는 그야말로 결정타였다. 한화는 선발 대나 이브랜드가 2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2회까지는 2-6으로 4점차가 뒤져있었다. 하지만 3회 김태균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대거 5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고, 엎치락뒤치락 난타전 끝에 11-8로 재역전승했다. LG는 투수 8명을 투입했으나 18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삼성이 1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LG는 전반기였던 지난 7월12일 이후 무려 83일 만에 3위로 추락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싸움의 주도권은 이제 넥센으로 넘어갔다. 넥센은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짓는다. LG는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넥센이 1승2패 하기를 바라야 한다. LG가 1경기라도 지면 넥센이 남은 3경기에서 다 패해야 2위 재역전이 가능하다. 매우 힘겨워진 싸움이다.
이 모든 게 한화전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LG는 3일 잠실구장에서 한화와 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한화는 최근 페이스가 좋은 좌완 투수 송창현이 마운드에 오른다. LG로서는 부담스런 경기. 선발 레다메스 리즈가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아야 한다. 이날마저 한화에 패하면 LG의 플레이오프 직행은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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