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까지 철저분석, 가장 세밀한 MLB 야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0.03 12: 00

야구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 타자는 이를 구분해 유리한 상황에서 타격을 하는 것이 임무이고, 반대로 투수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를 현혹시켜야 한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와 볼을 가리는 건 구심의 역할이다. 명문화된 스트라이크 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리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은 차이를 보이고 같은 리그에서도 구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현명한 투수는 자신이 설정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않고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의 투구를 맞춘다. 애틀랜타의 명투수였던 톰 글래빈은 정교한 제구력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는데, 경기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하기 위해 1회에는 그 경계에 공을 던졌다고 한다. 때문에 글래빈의 1회 성적은 가장 나빴지만, 강속구 없이도 훌륭한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전력분석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메이저리그 답게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도 세밀하게 파헤쳐 경기 준비에 참고자료로 쓴다. 좌/우타자, 속구/변화구, 2스트라이크 이전/이후로 세밀하게 분석되어 있다. 붉은 색은 구심의 손이 자주 올라가는 영역, 파란 색은 볼로 선언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물론 그 영역에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의 능력이지만, 마운드에 오를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인 것은 분명하다.

기록이 발달되어 있는 미국 프로야구는 구심에 따른 투수의 성적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지 언론도 자주 참조하는 '베이스볼 레퍼런스'에는 특정 구심에 따른 투수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등판간격이나 구장, 낮/밤처럼 구심도 투수의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인임에 틀림없다.
 
류현진(LA 다저스)이 시즌 14승을 따냈던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앞둔 AT&T 파크 다저스 더그아웃에는 어김없이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 분석자료가 붙어 있었다. 류현진은 "(그 자료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던졌다"고 답했지만 포수인 A.J. 엘리스는 달랐다. 클럽하우스에는 전력분석을 위한 컴퓨터가 4~5대 가량 비치되어 있는데, 엘리스는 경기 전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 분석자료를 보면서 볼배합을 연구하는데 바빴다.
그날 류현진은 숙적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7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3선발을 굳혔다. 호투의 비결은 정교한 제구와 코너워크였는데 류현진의 투구는 엘리스가 요구하는 코스로 들어가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찔렀다. 완벽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를 '힘의 야구'라고 하는 건 선수들의 힘이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기본적으로 한 단계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격적인 성향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면에는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세밀한 분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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