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영화 '관상' 열풍, 소설도 가능할까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0.05 10: 57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주연의 영화 '관상'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이야기를 확장시킨 소설 '관상'이 영화팬들의 시선을 이끈다.
소설 '관상'은 다소 특이하게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라거나 혹은 영화를 소설로 옮긴 케이스가 많은 반면, '관상'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와 소설화 작업이 함께 진행됐다. 그렇기에 소설 '관상'은 영화와 마치 이란성 쌍둥이와 같다.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러닝 타임이 한정된 영화보다 심도있는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 표현된 이야기는 주로 소설의 2권에 해당되는 것으로, 소설은 영화의 프리퀄을 함께 포함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김내경이라는 인물의 삶을 구석구석 파고든다. 그보다 앞서 김내경이라는 인물이 왜 관상가가 됐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스승 이상학을 등장시킨다. 영화 속 역적의 집안이라고만 표현되는 부분에서도 아버지 김지겸이 김종서의 손에 죽게 되는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처남 팽헌이 어찌해 김내경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도 함께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한명회라는 인물에 대해서다. 실제 역사 속에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한명회가 보여준 활약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영화는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명회의 캐릭터를 미스터리한 인물로 설정했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김내경과 한명회를 미스터리한 캐릭터가 아닌 어릴 적 친구로 등장시켜 두 사람이 가진 상징성을 강화했다. 김내경은 김종서, 한명회는 수양대군, 두 사람은 역사 속 두 거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대결을 펼친다.
'관상'이 지닌 스토리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부성애는 소설에서 더욱 심도있게 담아내고 있다. 김내경이 어째서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역적의 집안으로 만든 김종서의 편에 서게 됐는지는 이 부성애와 깊은 관련돼 있다. 김내경은 죽는 그 날까지 유약한 아들 단종을 걱정한 문종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이처럼 부성애 코드는 소설 속에서 보다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다.
'관상'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800만 관객수를 돌파, 과연 1000만 영화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와 이란성 쌍둥이인 소설 또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영화 못지않게 소설 또한 탄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mewolo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