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콩트 ‘스토리쇼 화수분’이 정규 편성 5회 만에 사라졌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콩트는 2013년 애국가 시청률의 씁쓸한 주인공이 됐다. 콩트는 시대 흐름을 거스른 아쉬운 도전이었다.
‘화수분’은 지난 3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도 전에 폐지됐다. 지난 8월 1일 두 번째 파일럿 방송을 한 후 8월 29일 정규 편성됐던 이 프로그램은 정규 방송 5회 만에 단명했다.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뼈아픈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와 연예인의 사연을 콩트로 재구성한 프로그램. 지난 3월 30일 세대간 공감을 목표로 하는 콩트 토크쇼로 한차례 파일럿 방송한 후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야심차게 안방극장에 재도전을 했다. 두차례의 파일럿 방송과 다섯차례의 정규 방송은 2~3%대라는 애국가 시청률을 남겼다. KBS 2TV ‘해피투게더3’와 SBS ‘자기야’와 경쟁하기에는 버거웠다.

재기발랄한 사연을 세련되게 구성한 도전 정신은 높이살만 했다. 하지만 콩트라는 구성이 주는 낡은 느낌은 벗지 못했다. 더욱이 날 것 그대로의 관찰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콩트는 시대 역행에 가까웠다. 콩트 구성이 웃음을 선사하긴 했어도,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재미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
제작진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탄탄하게 구성을 하고, 세련된 편집과 자막을 내세웠지만 콩트라는 장르의 한계는 벗지 못했다. 결국 MBC는 낮은 시청률과 관심에서 벗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정규 편성 5회 만에 폐지를 결정했다. 이례적인 빠른 결정이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OSEN에 “‘화수분’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다소 가공적인 콩트라는 구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면서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을 공략하고자 ‘화수분’을 편성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화수분’이 갑작스럽게 폐지되면서 MBC 목요일 심야 예능은 빈자리가 생겼다. 일단 MBC는 오는 10일에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후 17일부터는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페스티벌’을 편성했다. 이후 12월께부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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