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최고 투수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첫 판에서 혼신의 역투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클레이튼 커쇼(25, LA 다저스)가 자신의 진가를 선보이며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
커쇼는 4일(이하 한국시간)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을 내준 반면 삼진은 무려 12개나 잡아내며 1실점 호투했다. 124개의 공을 던지며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켜 팀 승리의 든든한 기틀을 놨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커쇼가 오랜 기다림을 깨는 승리를 거둔 것이다.
올 시즌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한 커쇼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라는 대업을 썼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는 훈장이 덤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그 기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갔다. 긴장되는 1차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선 제압의 선봉장 몫을 톡톡히 했다.

결과도 좋았지만 내용도 좋았다. 사실 직구 커맨드가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커쇼였다. 다른 투수들 같았으면 고전할 수 있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커쇼에게는 직구 못지않은 위력을 가진 구종이 2개 더 있었다. 직구가 흔들릴 때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섞으며 애틀랜타 타선을 봉쇄했다. 결정구가 세 개나 있는 커쇼에게 한 가지 구종의 흔들림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 커쇼는 올 시즌 23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년 연속 200탈삼진 고지를 넘어섰고 직구, 슬라이더, 커브로 모두 6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았다. 던지는 구종이 모두 결정구였다. 이날도 이런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3회와 4회 직구 제구가 조금 흔들렸으나 커브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위기를 탈출했다.
4회 1실점을 한 뒤 시몬스를 삼진으로 잡은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5회부터는 슬라이더와 커브 비중을 늘리며 삼진쇼를 펼쳤다. 이날 커쇼의 탈삼진 구종은 슬라이더가 7개, 커브가 3개, 직구가 2개로 변화구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4회 이후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하나의 변화구도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 개의 변화구가 모두 결정구로 활용되자 애틀랜타 타선은 어떤 구종에 포커스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불펜 부하를 최소화시킨 것도 커쇼의 공헌이었다. 커쇼는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7회 마운드에 올라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124개의 공을 던진 커쇼의 역투 덕에 다저스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남은 경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선발 메들렌이 5회를 채우지 못한 애틀랜타는 이날 경기는 물론 향후 디비전시리즈 투수진 운영이 꼬였다. 커쇼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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