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무등시대…절박했던 마지막 날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10.04 22: 50

절박했던 무등시대의 마지막 날이었다.
4일 광주 무등야구장 넥센과의 경기전 KIA 덕아웃 앞은 취재진으로 부산했다. 선동렬 감독은 방송사들과 결산 인터뷰를 했다. 이어진 신문기자단 결산 인터뷰까지 소화했다. 8위까지 떨어진 마당에 결산인터뷰를 하는 선감독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그래도 짜증내지 않고 모든 인터뷰에 응했다. 
취재진이 많이 찾은 이유는 시즌 최종전이자 무등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 1982년 해태가 본거지로 사용하면서 32년동안 영욕을 함께 해온 무등구장 시대를 마감하는 날이다. 타이거즈는 이곳에서 한국시리즈 무패 신화를 작성하며 10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내년부터는 예전 축구장(종합경기장) 부지에 새롭게 지은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새 시대를 연다.

경기전 외야석 양쪽에는 추억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땀과 혼이 깃든 이곳, 영원하리!",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 무등'이라는 글귀로 프로야구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무패의 전설지대 무등구장의 퇴역을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이라는 글이 새겨진 패치를 붙이고 사인회를 가졌다. 이날 무등 고별전에는 8102명이 구장을 찾아 무등시대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선동렬 감독에게도 각별했던 모양이었다. "73년부터 이곳에서 야구를 했다. 선수로서 너무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흙이라도 담아가야 할 것 같다"며 추억했다. 그러면서도 "지도자로서 무등야구장의 마지막 경기를 한다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무등야구장은 선수 선동렬에게는 영광의 장소였다.  
광주일고 시절 이곳에서 광주상고의 이순철 김태업과 싸우면서 에이스로 성장했다.  프로에 입단해서는 국보투수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선동렬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기만해도 상대는 기가 죽었다. 규정이닝 0점대 방어율의 전후무후한 기록일 것이다. 선수시절 그에게  무등야구장은 패배가 아닌 필승의 지대였다. 무등산폭격기이자 무등구장의 지배자였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무등구장은 패배의 지대였다. 2011시즌을 마치고 조범현 감독의 뒤를 이어 금의환향했다. 광주 시내의 식당에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로 환영을 받았다. 반드시 그가 다시 최강 타이거즈를 재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성적은 초라했다. 2012년 5위, 2013년 8위의 참담함을 맛보았다. 사상 세 번째 8위의 성적으로 무등구장 시대를 마감하는 지도자가 되었다.
이날도 접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선발 양현종이 10승과 팀 승리를 위해 117개까지 볼을 던지면서 6회까지 2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8회 3-3에서 심동섭이 2루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주었다.  결국 신생 NC에 7위를 내주고 8위를 확정짓고 시즌을 마감했다.
3-5로 뒤진 가운데 윤석민까지 9회에 올라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오히려 3점을 보태주며 완패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무등구장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려는 절박감이 강했지만 플레이오프 직행에 대한 넥센의 의지가 더욱 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무릎을 꿇은 타이거즈는 무등구장에서 최종성적 1015승788패45무를 기록했다.
선수들을 경기를 마친 뒤 하나 둘씩 모여 내년을 기약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날따라 무등구장의 조명탑은 눈부시게 환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었다. 그들의 뒷편 멀리 웅장하게 자리잡은 신구장이 어둠속에서 무등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연 그곳은 타이거즈에게 필승과 영광의 지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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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4일 넥센-KIA 무등구장 마지막 경기/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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