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끝나자 애청자들은 '떠나 보낸다'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희소식이 날라왔다. 대본은 쓴 홍자매(언니 홍정은-동생 홍미란) 작가들이 이 드라마를 시리즈로 구상한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홍자매가 밝힌 시리즈는 '주군의 태양'에 이은 '장군의 태양', '신군의 태양'. 주군이 왕이었다면 장군은 왕자님이나 황태자일 것이고 신군은 무사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여름용 시리즈로 계획 중이라는, 이 가슴 떨리는 기획을 홍자매에게 직접 들었다.
(홍자매 작품들: KBS 2TV '쾌걸 춘향', SBS '마이걸', MBC '환상의 커플', KBS 2TV '쾌도 홍길동', SBS '미남이시네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MBC '최고의 사랑', KBS 2TV '빅', SBS '주군의 태양')

-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홍정은) 이번 '주군의 태양'을 하면서 로코라는 부분에 이렇게 에피를 운용하면 되겠구나, 란 것을 배웠다. 로코와 에피 형식에 대한 것을 분명 얻은 것 같다. 이 바탕으로 여름마다 할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홍미란) '주군의 태양'도 기획물이다. 로코라는 부분에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귀신을 더했고 그게 잘 됐을 때 계속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에피를 이렇게 운영하면 되겠구나'라는 걸 얻었다. 다음은 여름마다 할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다. '주군의 사랑'은 쇼핑몰이 공간이었다면 다음에는 하이틴물로 해서 꽃미남이 떼로 나오는 '장군의 태양'을 생각하고 있다. 장군은 조금 어리고 샤방하고 한 싸움 할 것이다.
(홍정은) '주군의 태양'을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에는 야심차게 시리즈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로코믹 호러라는 장르를 만들었으니까 이 장르를 운영하는 시리즈를 하자고 한 거지. 물론 일단 성공을 해야 했다. 그래서 공효진, 소지섭을 캐스팅 했다. 태씨 성을 가진 여자를 만들고 장군에 이어 '신군의 태양'을 하자고 했다. 그건 공주님을 지키는 로코믹 호러다.
(홍미란) 학원물은 악령 버전으로 하면 어울릴 것 같고 사극은 판타지한 요괴들이 나오면 될 것 같다. 러블리하고 로맨틱하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신군의 태양'이다. 귀신이 나오는 로코는 몇 번 더 해볼 수 있는 장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정은) '주군의 태양'이 성공했으니까 검증이 돼 있을 경우에는 안심하고 사전제작을 100%는 못하더라도 많이 하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반 정도는 찍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CG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당장 내년 여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름에 할 수 있는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홍미란) 시리즈라서 태양이라는 캐릭터는 계속 가겠지만 '군'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여자를 구해줄 수 있는 남자들, 그리고 서로 서로 구해줄 수 있는 전개가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 식의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로코, 멜로는 사랑의 완성이 되면 그 다음에는 긴장감이 없다. 그렇기에 시즌 2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렇게 새로운 인물로 하면 우리식의 다른 시리즈물이 될 것 같다.
(홍정은) 귀신 보는 여자, 귀신 보는 남자, 둘 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등 운영하기가 좋은 것 같다. 한 번 해보니까 할 게 많더라. 요즘 소설 원작, 만화 원작이 많은데 성공한 전작이 있는 다음 기획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이런 기획들이 성공하면 한국 드라마 판도도 조금은 바뀌지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것들이 요즘 많이 나오는데 우리도 연구를 나름 한거다.
- 작품을 내놨을 때 가장 뿌듯할 때는?
(홍정은) 한참 까먹고 있었는데 저작권료가 들어올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하하. '최고의 사랑'이 러시아에서 리메이크됐다. 러시아의 개그코드와 어디서 접점을 찾아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마이걸’도 리메이크 됐고 ‘쾌걸춘향’도 (저작권료도 안 주고)인도네시아에서 만들고. 해외 어딘가에서 열심히 틀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다. 우리 드라마가 감정이입이 쉬워서 아시아권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
(홍미란) ‘환상의 커플’이 끝나고 태국에 있는 어느 섬에 가서 스킨 스쿠버를 했다. 그곳 배에서 ‘마이걸’ 음악이 나오더라.
(홍정은)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서 필리핀 사람이 운영하는 배를 타고 가는데 ‘마이걸’이 나오고 필리핀 편의점에서 ‘마이걸’ 노래가 나오면 묘하다. ‘미남이시네요’가 한국에서 시청률이 안 좋아서 배우들이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해외 팬들이 ‘미남이시네요, 사랑해요’라고 써 있는 종이를 들고 있는 걸 모아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줬다. 거기엔 아랍여자도 있고 서양여자도 있고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응원해주는데, 울컥했다. 그 당시 어린 배우들이었는데 주목도 못 받고 우리도 조용히 겨우겨우 만들고 있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있었다. 그래서 잘 만들어서 아시아를 재패하자는 꿈이 있었는데 결국 아시아에서 잘 돼서 기특하고 기분이 좋다.

- 실제로 연애를 잘 했을 것 같다.
(홍미란) 우리는 연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쓸 수 있는 거다. '저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멜로의 순간이다. 방공호 왔다고 숨어라고 하는 게 여자이기 때문에 멜로가 완성되는 거다. 저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구나라는 거지. 우리 드라마를 보면 실질적으로 연애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홍정은) 연애를 오래하지 않고 바로 결혼했다. 현실적인 연애를 가슴 아프게 하면 이런 판타지적인 부분이 안 살 것 같다. 연애를 많이 한 사람들은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드라마를 잘 보면 시청자들이 남녀이기 때문에 속는 건데 주인공 여자와 남자는 서로 매혹돼서 끌리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얘기다. 연애 얘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얘기다. 남자대 남자면 우정으로 갈 수 있는 관계다. 연애를 하는 스토리면 여자의 섹시한 모습에 남자들이 작업을 하는 밀당이 들어가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런 게 없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애하는 장면이 없다. 남녀 간의 매혹적인 부분이 많지 않다. 잘 보면 사람과 사람이 좋아지는 얘기다. 연애 드라마는 아니다. 투탁투탁 거리면서 다가가는 거지, 섹시함으로 다가가는 부분이 없다.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하는 거고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돼 있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거다.
그래서 멜로 부분이 공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 전기가 통해서 서로 좋아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저 사람한테 쟤가 필요하다’라는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갑자기 귀신이 나와서 마니아적으로 가기도 하는데 두 사람의 감정, 즉 서로 왜 필요한지라는 걸 현실적이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공감대가 담보가 돼야 멜로 외적인 부분이 마니아적이고 생뚱맞아도 감정이 이입이 되는 것 같다.
(홍미란) 공감이 돼야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다. 보는 사람이 주인공을 배우로 보는 게 아니라 캐릭터와 캐릭터를 사랑하는 남자의 시점, 여자의 시점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스럽고 더 멋있는 거다.
-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홍미란) 가족들과 싱가포르로 여행 간다.
(홍정은) 6개월 넘게 집밖에 못나왔다. 벚꽃 질 때부터 집 밖에 못나왔다. 여름옷을 안 꺼내 놨다. 한 옷 네 벌로 살았나. 봄 옷을 요즘에 그대로 입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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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스틸, 포스터, 홍자매(왼쪽 홍미란-오른쪽 홍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