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은 역적의 자식이었다가 천재적인 관상가로 인정을 받게 되는 김내경(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관상쟁이 김내경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과 왕위를 놓고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던 재상 김종서(백윤식 분)의 편에 서서 그를 돕는다.
영화에서는 김내경이 역적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극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설정 중 하나다. 김내경의 아들 진형(이종석 분)은 역적의 자식이란 신분을 숨기고 입신양명을 위해 아버지 곁을 떠난다. 김내경 역시 역적의 자식으로 살아온 설움을 딛고 관상쟁이로 성공하기 위해 한양행을 택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들 부자(父子)는 자신들의 이름 앞에 드리워진 오명을 씻어내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한 번쯤 의문 하나를 갖게 된다. 김내경은 어쩌다 역적의 자식이 됐을까?
소설 ‘관상’은 영화의 프리퀄(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의 형식을 띄고 있다.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을 김내경이 아닌 그의 아버지 김지겸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지겸은 의금부 도부외 도사라는 관직을 지내기도 한 양반이다. 그러나 한 사건으로 인해 당대 권력자로 성장하고 있던 김종서와 척을 지게 되고 끝내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김지겸의 신분은 아들에게까지 내려오고 김내경은 아버지를 역적으로 몬 원수에 대해 복수심을 불태우게 된다.

소설에는 영화 속 등장하는 설정들에 풍부한 상상력으로 살을 붙여 영화를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김내경 아버지 김지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아버지를 여읜 어린 김내경이 관상을 배우게 되는 과정과 그의 스승 상학과의 만남, 아내 아연과 처남 팽헌(조정석 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영화 속에서 내경의 가장 큰 적으로 등장했던 한명회는 어린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사이로 등장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당긴다.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된다. 영화를 보며 의문으로 남았던 지점들은 백금산 작가의 설득력있는 설정과 전개, 치밀하고 유려한 필치를 통해 화려하게 채색된다. 인물들의 관계나 사건의 전후 설명이 자세하게 그려지며 제목은 같지만 느낌은 다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한편 소설 '관상'은 영화 '관상'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을 집필한 백금남 작가는 '십우도',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소설 신윤복'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수십 년 경력의 소설가로 삼성문학상과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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