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5일 대전구장. 한화와 최종전을 앞둔 넥센 염경엽(45) 감독이 1루 덕아웃을 찾아 한화 김응룡(72) 감독에게 허리 숙여 꾸벅 인사했다. 염 감독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읍소했고, 김응룡 감독도 웃으며 염 감독과 악수를 나눴다. 시즌 마지막 날 두 팀의 운명이 묘해졌다.
9위 한화와 2위 넥센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3위 LG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2위에 올라있는 넥센은 이날 경기를 이겨야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패할 경우에는 LG와 두산이 무승부가 되지 않는 이상 플레이오프 직행이 좌절된다.

때문에 넥센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 이기면 환희가 따라올 테지만 패하면 좌절감이 밀려올 수 있는 복불복의 승부다. 반대로 한화는 일찌감치 9위로 최하위가 확정돼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고, 홈팬들이 보는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염경엽 감독의 부탁 아닌 부탁에도 김응룡 감독은 단호했다.
김응룡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거, 참. 신경 쓰이게 됐다"면서도 "무조건 전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 전력으로 안 한 적이 있나. 오늘도 총력전으로 승부한다. 봐주는 것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본의 아니게 2위 싸움의 캐스팅보트를 쥐었지만 정도를 걷는다.
지난 2008년 창단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넥센은 나아가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대전구장에는 이장석 구단 대표이사, 조태룡 단장이 모두 찾아와 간접적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넥센은 서건창(2루수)-서동욱(좌익수)-이택근(중견수)-박병호(1루수)-김민성(3루수)-강정호(유격수)-문우람(우익수)-이성열(지명)-허도환(포수)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짰다. 한화도 고동진(중견수)-김경언(좌익수)-김태균(지명)-송광민(유격수)-정현석(우익수)-이양기(1루수)-이대수(3루수)-하주석(2루수)-엄태용(포수)으로 역시 베스트 라인업. 피할 수 없는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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