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이다. 멀티골을 넣으면 여유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포항은 5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31라운드 수원과 홈경기서 전반 17초 만에 중앙 수비수 곽광선의 자책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후반 중반 정대세에게 2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포항은 추가시간 박성호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포항을 구해낸 박성호는 경기 후 인터뷰서 "홈에서 승리가 없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많이 아쉽다. 승점 1점을 챙긴 것은 위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귀중한 승점 1점이었다. 포항은 인천전에 이어 극적인 무승부 드라마를 써냈다. 2경기 연속 주인공은 '가을 남자' 박성호였다. 이날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황지수의 크로스를 천금 헤딩 동점골로 연결시키며 포항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박성호는 지난 인천전서도 0-2로 뒤지던 후반 막판 연달아 2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승점 1점을 안긴 바 있다. FA컵 준결승 결승골을 포함해 9월, 10월에만 6골을 터트리며 '가을 남자'로 거듭났다.
"2경기 중 1경기가 결승골이 됐으면 기쁨이 더 컸을 텐데 동점골이라 기분을 표현하기가 그렇다"며 멋쩍게 웃은 박성호는 가을에 득점력이 폭발하는 이유에 대해 "긍정의 힘이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 멀티골이 나오면 그 다음 경기부터 좋은 페이스가 이어졌다. 1경기 1골을 넣으면 쫓기는 경향이 있다. 멀티골을 넣으면 여유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에 대해 "박성호가 득점도 계속 하고 있고 컨디션도 좋기 때문에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면서 "후반기에 더 잘하는 이유는 나도 궁금하다. 피지컬이 좋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고 나면 페이스를 찾는 것 같다. 기대가 커 부담이 많은 것 같은데 조금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지 않고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호에겐 더욱 특별한 날이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홈팬들에게 1000개의 치킨스낵랩을 선물했다. 그리고 천금 동점골을 터트리며 각본 없는 드라마도 상영했다.
박성호는 "홈팬들에게 다시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물론 있다. 하지만 나 말고도 하고 싶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면서 "부산전에는 노병준 선수가 예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라며 재치있는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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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