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스파이더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암벽여제’ 김자인이 뜻 깊은 도전에 나섰다. 김자인은 4일 오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벌어진 ‘카스라이트 빌더링2’ 행사에서 84.6m 높이의 빌딩을 27분 만에 완등했다. 이로써 김자인은 지난 7월 부산에서 128m 높이의 KNN빌딩 완등에 이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일반인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도전이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김자인에게 오히려 쉬워 보였다. 김자인은 153cm의 단신이다. 장애물 사이의 거리가 멀 경우 아무래도 작은 사람이 불리하다. 하지만 김자인은 특유의 엄청난 악력과 유연함으로 이를 극복했다. 두 팔로 절벽에 매달렸다가 다리를 일자로 뻗어 오르는 아찔한 모습은 ‘스파이더걸’이 따로 없었다.

84.6m의 롯데백화점은 쉬운 목표처럼 보였다. 완등 후 김자인은 “홀드가 많아 쉬울 줄 알았는데 받침대 사이의 거리가 멀어 힘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친 기색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날 도전으로 김자인은 적립한 1000만 원을 모두 기부했다. 김자인은 “앞으로도 빌더링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자인이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이나 남산타워에도 오를 수 있을까? 김자인은 128m의 KNN빌딩을 오르는데 약 35분 정도가 소요됐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49m의 63빌딩이나 135m의 남산타워도 한 시간 정도면 극복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그 도전은 너무 위험하다. 김자인의 주 종목은 암벽등반이다. 건물을 오르는 ‘빌더링’은 비슷하지만 다른 전문분야다. 그녀의 도전은 어디까지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이벤트차원이었다. 초고층 건물 등반은 빌더링 전문가들도 도전하다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롯데백화점에는 등반 중 두 발을 딛고 쉴 수 있는 포인트가 두 곳 있었다. 하지만 딱히 구조물이 없고 일자로 뻗은 63빌딩이나 남산타워는 도중에 쉴 수가 없다. 또 도심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는 롯데백화점과 달리 탁 트인 남산타워와 63빌딩에는 엄청난 강풍이 분다. 특히 남산타워 전망대에 오르려면 지면에서 100m 높이서 270도 경사에 거꾸로 매달리는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빨판형 지지물을 설치하는데 원기둥형 콘크리트 타워는 더 위험하다.
김자인의 도전은 일반 대중들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을 알렸다는데서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녀는 세계랭킹 1위의 국보다. 굳이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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