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항상 잘 탈수는 없는 거니까요."
16세답지 않은 여유와 대범함이 묻어났다. 자신이 타는 스케이트처럼 시원시원한 답변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희망이자 차세대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심석희(16, 세화여고)는 8대회 연속 금메달을 놓친 사실에 연연하지 않았다.
심석희는 5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2014 삼성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 셋째날 1500m 여자부 결승서 2분23초501를 기록, 2분23초400로 결승선을 끊은 김아랑(18, 전주제일고)에게 1위를 내줬다.

이 부문 최강자로 군림하던 심석희는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500m 금메달을 놓쳤다. 7연속 금메달의 기록도 멈췄다. 하지만 심석희는 8연속 대회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사람이 항상 잘 탈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같은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며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오히려 "다같이 1, 2, 3등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며 팀 동료와 함께 시상식에 서지 못한 아쉬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날 1, 3, 5번 레인에서 출발한 심석희-김아랑-박승희는 레이스 중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오며 선두권을 질주, 마지막 바퀴에서 김아랑이 심석희에 간발의 차로 앞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로 들어온 박승희(21, 화성시청)는 발레리 말타이스(캐나다)와 몸싸움 과정에서 임페딩 반칙으로 실격처리됐다.
심석희는 이 장면을 떠올리며 "레이스 중에 뒤를 보면서도, 또 끝나고 전광판을 보면서도 셋이 나란히 있어서 좋았는데 (박)승희 언니가 실격되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경기장에 들어가서나 경기 중에 들려오는 환호성들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며 한편 한국에서 치러진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감상을 전한 심석희는 "500m를 더 보완해야한다고 느꼈다. 어느 부분을 보완해야할지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이번 대회의 소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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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