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위로 진출하는 것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요. 그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우리 후배들이 자랑스러울 따름이고 경기를 볼 때마다 고맙고“.
2013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후 은퇴식을 치르는 LG 트윈스 선수단 맏형 최동수(42)는 웃으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경기 후로 은퇴식을 미룰 수 있게 도와준 김기태 감독에게 감사한 최동수는 후배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밝혔다. 1994년 LG에 입단한 최동수는 프로 20시즌을 치르며 SK에서 보낸 한 시즌 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LG에서 야구 인생을 향유했다.
“변변치 않은 재능을 가진 내가 20년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2군에서도 7년을 보냈고 방출 위기도 맞았던 나는 2군 시절 잠실 1군 경기를 보면서 그 분위기를 느끼고 또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어했다. 나보다 재능이 많은 후배들이 훨씬 더 많은 만큼 다치지 않고 야구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2013년 발전한 LG를 본.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영욕의 시대를 모두 겪은 최동수는 감개무량한 모습으로 후배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LG 후배들은 은퇴를 앞둔 선배 앞에 5-2 역전승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성공했다. 양대리그 시절이던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성공한 플레이오프 직행이었다.
사실 최동수는 LG 암흑기 시절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였다. 박병호(넥센) 등 후배들을 키우기 위해 최동수는 한때 밀려나야 할 존재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그는 불굴의 정신력과 누구보다 많은 연습량으로 자리를 지켰다. 선수는 스스로를 “재능이 없는 선수”라고 겸손하게 자평했으나 3할 타율도 했고 한 시즌 두 자릿 수 홈런도 심심치 않게 때려낸 숨겨진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였다.
벅찬 감격 속 후배들 앞에 선 최동수는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라며 연신 칭찬하고 감사해 했다. 그리고 그 후배들의 손에는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최동수가 자신이 LG 유니폼을 입고 은퇴한다는 것을 재차 자랑스러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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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