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처음부터 나는 앞쪽 칸, 당신들은 꼬리칸이다”.
영화 에는 빙하기에 접어든 시대를 배경으로 끝없이 돌고 도는 열차가 나온다. 설국열차는 꼬리칸과 일등칸이 철저하게 분리돼있다.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체제 방식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꼬리칸과 일등칸은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도 처음에는 꼬리칸을 벗어나지 못했다. 데뷔 첫 해 숙명인 것처럼 보였다.
NC가 프로야구라는 열차에 아홉 번째 구단으로 올라탄 지도 6개월가량이 흘렀다. 처음에 NC의 자리는 꼬리칸처럼 보였다. 설국열차에 자본주의 체제가 칸 별로 작동하고 있다면 프로야구에는 치열한 순위 다툼이라는 체제가 있다. 그곳에서 아직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NC의 전력과 순위는 9번째가 유력해보였다.

실제 NC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4승 17패 1무로 승률 1할9푼을 기록하며 혹독한 4월을 보냈다. 4월 성적도 최하위였다. 팀 타율은 2할3푼5리로 가장 낮았고 팀 평균자책점은 4.85로 8위였다. 특히 첫 한 달 22경기 동안 범한 실책은 27개였다. 그렇게 프로야구 경기력 논란 저하는 사실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프로야구 모 구단 사장은 NC의 프로야구 진입을 반대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야구 환경에 6개 구단으로 충분하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NC는 올해 내내 꼬리칸을 면키 어려워보였다. 권력 2인자 매디슨 총리는 “여러분 처음부터 나는 앞쪽 칸, 당신들은 꼬리칸이다”고 말했다. NC는 애초부터 프로야구 30년 가까이 된 형님 구단 뒤를 잇는 9위로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난 5일 NC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52승 72패 4무. 꼬리칸에 머물 것처럼 보였던 NC는 어느새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7위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평균자책점 1,2위 투수 찰리 쉬렉과 이재학을 배출했고 도루왕 김종호가 탄생했다. 권희동은 신인 최다 홈런 주인공이 됐다. 팀 타율은 최하위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였다.

그냥 이뤄진 성과는 아니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베테랑 투수 손민한을 후반기 불펜으로 전환해 불펜 안정을 도모했고 포지션 마다 경쟁을 유도했다. 실력을 보이는 선수는 누구든지 주전을 뛸 수 있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심어줬다. 팀과 맞지 않았던 아담 윌크를 미국으로 보내고 대신 노성호와 이성민, 손정욱 등 젊은 투수들을 중용했다.
프로야구라는 열차는 내년에도 굴러갈 것이다. 프로야구 승부의 세계에서 순위 경쟁은 지속적으로 작동된다. 김경문 감독은 전날 경기 직후 “내년 더 좋은 팀으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NC가 내년에는 어떤 야구를 펼쳐보일지 주목된다. 첫 해부터 대다수 사람들이 예상한 꼬리칸을 탈출한 것만으로도 NC는 올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rainshine@osen.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