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부터 두산 베어스는 시즌 전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팀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우승은 못 해봤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지난 2008년이 마지막. 201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포스트시즌 컨텐더였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2013시즌 결국 두산은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 야구를 시작하는 처지가 되었다.
두산은 2013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인 5일 잠실 LG전서 2회 홍성흔-이원석의 연속타자 솔로포로 선취점을 올렸으나 6회 역전 4점을 허용하며 결국 2-5로 패했다. 같은 시각 넥센이 최하위 한화에게 1-2로 일격을 당하며 3위가 되었고 LG가 2위. 그리고 두산은 페넌트레이스를 최종 4위(71승3무54패)로 마감했다.
올 시즌 두산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4월 선두권을 달리다 5월부터 투수난으로 인해 침체기를 걷다 6월 중에는 5할 승률 미만 6위까지 떨어졌다. 7월부터 야수진의 힘과 선발로 변신해 주축 좌완이 된 유희관 등을 앞세워 4위로 올라섰고 시즌 막판에는 선두권 경쟁 가세 가능성도 비췄으나 아쉬운 뒷심으로 인해 결국 최종 순위는 4위가 되었다. 지난해만큼은 아닌 선발진의 힘, 붙박이 마무리 부재 등 악조건도 있었으나 야수진의 전체적인 힘은 9개 구단 중 최상위권에 속했다.

문제는 시즌 중 고비와 더 치고 올라갈 승부처에서 더 큰 힘을 내지 못했다는 점. 분위기를 타고 또 침체하는 기복이 심한 편이던 팀 컬러는 올 시즌에도 또 나타났다. 5일 LG전도 2회 홍성흔과 이원석의 연속타자 솔로포와 함께 선발 노경은의 호투로 초반 분위기를 장악했으나 6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샀다. 추가점으로 확실히 상대를 떨쳐내지 못했고 승부처 순간에서 LG를 누르지 못하며 결국 2-5 역전패로 이어졌다. 경기력이 안 좋았을 때의 모습을 답습한 두산이다.
선수단 스스로 되짚고 곱씹어야 할 부분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두산은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큰 경기 경험을 쌓았으나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 위업은 달성하지 못했다. 두산이 자랑하는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정작 큰 경기에서 확실한 이미지는 심지 못했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우승 전도사’의 이미지는 심지 못했고 두산의 큰 경기 패배와 함께 고개 숙인 선수들의 모습은 더욱 부각되었다. 젊은 선수들의 매력적인 플레이로 많은 관중들을 모았으나 우승으로 보답하지는 못했다. 그저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오르던 팀의 선수 그 정도다.
몇몇 야구 관계자들은 시즌 전 두산을 삼성, KIA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으면서도 “주전급 좋은 야수들은 많은 데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특급 선수는 없다. 선발진도 지난해만큼의 꾸준함이 전제이며 계투진 약화 현상 속 새 마무리 홍상삼이 지난해 셋업맨의 모습을 마무리 보직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관건”임을 지적했다. 주전 선수의 잇단 부상으로 8위가 된 KIA와 반대로 두산은 두 팀을 꾸려도 될 만한 야수층 등을 앞세워 포스트시즌 진출은 성공했으나 관계자들이 언급한 점이 모두 두산의 행보에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두산의 이미지는 냉정히 봤을 때 두꺼운 야수층을 지녔으나 적당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이 보장된 팀 그 정도다. 그리고 지금 받아든 페넌트레이스 성적표도 그 정도로 나왔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3위 넥센에 7승9패, 그리고 목동 원정서 2승6패에 그치고 상대 주포 박병호에게 약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가을 야구 행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두운 편이다. 두산이 넥센에 앞선 것은 최근까지 포스트시즌 경기 경험이 훨씬 많았다는 것 뿐이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도 가장 최근 등판인 3일 KIA전 1이닝 6실점으로 아쉬움을 샀다.
팀의 차점자 이미지가 굳어지면 그 영향은 결국 선수들에게도 이미지가 승계된다. 그동안 두산 선수단은 회전률이 높은 강한 훈련량으로 시즌을 준비했으나 원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다. 비시즌 고생이 억울해서라도 상대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리드 속에서 악착같이 쐐기점을 뽑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분위기를 타는 기복도 심해 결과적으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다.
두산 선수단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좋은 팀 케미스트리를 갖춘 팀이다. 지난해 11월 대퇴골두육종으로 투병하던 전 동료 故 이두환(전 두산-KIA)의 소식에 한데 뭉쳐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서고 비보에 슬퍼하며 빈소의 유족들을 달랜 이들이었다. 선수들의 기량도 대체로 고르며 1군에 올라도 될 만한 야수 유망주도 상대적으로 많고 야구 욕심이 큰 선수도 많다. 그러나 몇 년 간 따라다닌 우승후보의 꼬리표는 오랫동안 떼지 못한 채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는 신세. 이 점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스스로 비분강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결국 선수들에게 ‘차점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낙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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