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경고'라는 어설픈 징계가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에 신경을 써야 할 홍명보 감독이 더욱 바빠졌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 10일 부회장단과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해 'SNS 파문'의 주인공인 기성용(선덜랜드)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그 결과 축구협회는 당시 "최근 SNS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과 관련하여 국가대표 선수의 관리와 관련된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드린다. 기성용이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인 SNS 계정에 최강희 전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생긴 기성용에 대해 축구협회는 정확한 징계는 없었다. 선수 스스로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국가대표 선수단을 관리를 맡은 축구협회의 애매한 징계로 인해 파장이 커졌다. 홍명보 감독이 나서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오는 12일과 15일 브라질-말리와 평가전을 앞둔 홍 감독은 기성용을 선발했다. 지난달 30일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과 지난번 영국에 갔을 때 진심으로 대화했다. 선수 본인도 반성과 후회를 했다. 첫 경기를 보고 왔는데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올라간 것 같다. 경기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감독은 "기성용에게 사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영국에서 만났을 때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기성용이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연달아 내놓았다. 기성용에게 최 감독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이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하면 함께 최강희 감독이 있는 전주로 향해 사과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국가대표팀에 신경 써야 할 상황에 한 선수에 대해 신경이 집중되면서 일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물론 기성용이 EPL에서 활약하며 능력을 인정 받고 있고 그동안 대표팀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 선발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홍 감독이지만 기성용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막아내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출전정지 혹은 다른 방법으로 '엄중경고' 이상의 징계가 있었다면 홍 감독도 그 징계가 마무리 되는 상황에서 홀가분하게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부담을 느끼고 선수에 대해 본인이 직접 나서고 말았다.
기성용의 행동에 대해서도 여론이 나뉜 상황에서 애매한 입장은 논란만 더욱 가중시킨 꼴이었다. 축구협회가 '엄중경고'를 내렸을 당시에도 허정무 부회장은 "선수가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홍 감독의 말과는 달랐다. 말 그대로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가중되면서 홍명보 감독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감독이 구상하는 최고의 멤버로 대표팀을 꾸려야 하지만 다른 쪽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엄중경고'라는 날개짓이 시간이 지난 현재 상황에서 큰 파동으로 커지며 폭풍우를 일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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