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관상', 영화보다 긴 여운 책 속에 있었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0.06 08: 51

지난달 11일 개봉한 영화 '관상'이 관객수 800만 명을 돌파하며 1000만 영화 반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 가운데 영화에 쏠린 관심이 소설로 옮겨가면서 덩달아 소설 '관상' 또한 인기몰이 중이다. 총 2권으로 이뤄진 소설은 139분의 러닝타임을 지닌 영화보다 깊은 여운으로 대중을 끌어당긴다. 
'관상'은 영화 '관상'의 프리퀄인 1권과 영화와 같은 내용으로 흘러가는 2권으로 구성돼 있다. 특이하게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와 소설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십우도',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 '소설 신윤복'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백금남 작가가 소설화를 담당한 주인공이다.
영화 '관상'을 본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여러 잔상들을 떠올린다. 영화 속에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잔인하지만 그만큼 강렬할 수밖에 없는 수양대군(이정재 분)의 모습, 극중 충절을 상징하는 인물 김종서(백윤식 분)와 수양대군의 치열한 대치, 아들 진형(이종석 분)을 향한 내경(송강호 분)의 진한 부성애 등. 영화는 다양한 향기를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긴다.

이와 같은 '관상'의 여운은 소설을 통해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소설보다 깊어진 이야기, 관상이라는 매력적 소재, 활자라는 전달 수단에서 오는 차별점 등이 그 요인이다.
앞서 언급했듯 소설은 1권의 프리퀄을 통해 영화 만으로는 부족했던 배경과 인물 설정들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내경의 집안이 왜 역적으로 몰락했는지, 내경이 관상가가 된 이유, 김종서와 한 배를 타게 된 과정 등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이야기의 확장을 위해 내경의 스승 이상학, 아버지 김지겸이 소설에서만 등장한다. 또한 심도있게 다뤄지는 내경의 부성애도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영화를 보며 진한 부성애가 기억에 남았던 관객이라면 소설 속 내경과 진형의 모습도 꼭 한 번 접해볼만한 하다.
또한 소설 '관상'은 제목 그대로 관상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파고들고 있다. 영화가 결국 역사 속 한 페이지를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풀어냈다면, 소설은 관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크게 그려낸다. 2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난 독자라면 처음엔 어색했던 이리 상, 호랑이 상 등의 용어가 친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주인공 내경과 독자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가 영상이라는 전달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소설은 활자로 '관상'을 전한다. 영상이 비교적 보는 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면 활자는 그 반대다. 독자 스스로 그려내고 이해하며 책장을 넘겨야 한다. 그 때문에 활자로 접하는 '관상'은 영화와는 다르고 특별하다.
굳이 영화의 후광이 존재하지 않는다해도 소설 '관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만약 영화의 여운을 더욱 길게 간직하고 싶은 이라면 소설은 더욱 매력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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