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경기" 바티스타, 가슴 뭉클했던 피날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0.06 05: 55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한화의 한 선수는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 때문이었다. 시즌 마지막 날 최종전이었던 5일 대전 넥센전. 바티스타가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올해 성적이 인상적이지 못했고, 이날 경기가 자칫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티스타와 절친한 한 선수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바티스타는 이날 갈 길 바쁜 넥센을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7⅓이닝 1피안타 3볼넷 2사구 12탈삼진 1실점. 8회 1사 후 서건창에게 첫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피칭으로 넥센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넥센은 바티스타의 역투에 막혀 한화에 1-2로 패했다.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넥센이 한화의 고춧가루에 울며 3위로 밀려난 반면 LG는 잠실에서 두산을 꺾고 극적으로 시즌 마지막 날 2위 역전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의 주인공이 바티스타에 의해 좌우된 것이다. 한화는 이미 9위로 일찌감치 최하위가 확정됐지만 바티스타가 시즌 마지막 날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바티스타는 "넥센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야구"라며 "넥센에는 유감이지만 우리팀에게도 매우 소중한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하위 팀의 순위 경쟁이 없는 경기였지만, 바티스타는 포스트시즌처럼 온힘을 다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이 무려 153km까지 나왔으며 컷패스트볼도 최고 147km까지 찍혔다. 한창 좋을 때 강속구가 이날 경기에서 힘있게 포수 미트에 꽂혔고, 넥센 타자들은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무려 115개 공을 던졌다. 8회 마운드를 내려올 때 팬들의 기립박수에 모자 벗어 답례하며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10월4일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넥센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류현진은 10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으며 1실점으로 막았으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류현진은 시즌 9승에 만족하며 6년 연속 이어오던 두 자릿수 승수가 끊겼다. 그런데 1년 만에 바티스타가 복수했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류현진이 떠올랐다. 당시 10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았던 게 기억난다"면서도 "그 경기를 의식한 건 아니다"고 웃었다. 
관심은 이제 내년 시즌으로 향한다. 바티스타의 마음은 여전히 한화에 있다. 그는 "올해는 오랜만에 풀타임 선발을 하느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금처럼 다시 빠른 공을 꾸준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 준비를 잘 하겠다"고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그러나 6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는 그에게는 작년처럼 재계약 언질이 없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날 바티스타의 피칭을 보고는 "뭉클했다"는 표현을 썼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바티스타는 혼신의 힘으로 인생에 길이 남을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2~3위 순위를 바꿔놓았다.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 바티스타에게는 소중한 경기였고, 한화에게는 가슴 뭉클하게 한 피날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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