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원정만 가면 가장 미움받는 사나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0.06 05: 45

LA 다저스의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는 홈 그라운드인 다저스타디움에서 가장 뜨거운 환호와 갈채를 받는 선수다. 언제 들어도 신나는 그의 등장음악이 다저스타디움에 깔리면 관중들은 환호로 그를 기다린다.
어디 그뿐인가. 야구장에서 그의 등번호인 '6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MLB.com에서 집계한 유니폼 판매순위에도 푸이그의 이름은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다저스 팬들이 푸이그에 환호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 번째는 성적, 푸이그는 6월에야 빅리그 데뷔를 했음에도 3할이 훌쩍 넘는 타율과 19개의 홈런을 터트리면서 현재 메이저리그 야수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또한 푸이그는 다저스의 성적을 바꿔놨다. 최하위를 전전하던 6월 혜성처럼 등장한 푸이그는 한때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면서 다저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마지막 이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한 플레이다. 지나친 의욕과잉은 때로는 역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푸이그는 평범한 단타가 될 타구에 2루까지 뛰고 수비에서도 뛰어난 운동신경을 앞세워 놀라운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재미있는 건 원정경기를 펼칠 때다. 안방에서 가장 사랑받던 사나이 푸이그는 원정에서는 가장 큰 야유를 받는다. 장내 아나운서가 그를 소개하면 야유가 시작되는데 타석에 서도 야유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특히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원정에서 푸이그에 쏟아진 야유는 제트기가 이륙할 때의 소음과 비슷할 정도였다. 애틀랜타 팬들은 섬뜩하게 붉은 도끼를 휘두르며 푸이그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왜 푸이그는 상대팀 팬들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을까. 앞서 열거했던 '푸이그가 다저스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모두 반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이유인 럭비공과 같은 모습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푸이그의 몇몇 모습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으로까지 비칠 수 있고, 뛰어난 성적까지 더해져 '얄미운 선수'로 보이는 것이다.
맷 켐프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안드레 이디어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푸이그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의 에너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휘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지만, 만약 흥분한다면 경기를 망칠 우려도 있었다. 돈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는 긴장하는 법없이 그냥 야구를 할 뿐"이라며 두둔했지만 그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몸에 공을 맞고도 푸이그는 분노를 속으로 삭혔다.
매팅리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푸이그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경기 전 그의 분위기가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와는 달리 정말 조용했다. 경기에 최대한 집중하려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평소였으면 류현진, 또는 후안 유리베에게 먼저 장난을 걸었을테지만 푸이그는 얌전하게 경기에 집중했다. 무작정 날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기량이 뛰어난 선수 가운데 상대팀 팬들도 존경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야구장 안팎에서 모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가능하다. 그렇지만 야구장에 모범생만 있는 것보다 푸이그와 같은 말썽꾸러기도 있는 게 훨씬 흥미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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