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013년, 체성분 테스트가 지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06 08: 30

새해 벽두부터 SK를 강타한 것이 바로 체성분 테스트였다. 이만수 SK 감독의 강수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렇다면 당시 이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며 전지훈련 일정이 꼬였던 그 때 그 선수들의 2013년 활약상은 어땠을까. 찬찬히 살펴보면 SK의 2013년에 큰 변수가 됐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만수 감독은 2013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하나의 몸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바로 체중·체지방률·근육량을 테스트한 이른바 ‘체성분 테스트’에서 합격해야 전지훈련에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이 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이 겨우 내내 얼마나 몸 관리를 잘했는지를 판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기준은 시즌 중 측정치의 평균으로 했다. 한 마디로 당장 훈련에 임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탈락자가 속출했다. 팀 내 최고참 박경완을 비롯, 최영필 전유수가 이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해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여기에 재활을 위해 먼저 미국으로 출국했던 핵심 선수들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논란이 커졌다. 엄정욱 채병룡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 김광현이라는 투수조의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이 감독은 원칙을 칼같이 지켰다.

논란이 일었다. 야구선수들에게 체성분은 그다지 큰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선수들의 몸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두 의견 모두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맞섰다. 다만 탈락 선수들이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지 못해 시즌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똑같았다. 그리고 그 우려는 시즌에서 드러나며 SK의 2013년 저조한 성적에 하나의 원인이 됐다.
우선 시즌 중 거의 활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나왔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엄정욱은 올 시즌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예상보다 재활이 더뎠고 시즌 막판 퓨처스리그 8경기에 나서며 내년을 기약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초반 SK 위기의 구원투수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박경완도 결국 다시 부상으로 5월 말 이후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베테랑 최영필도 22경기에 나섰지만 역시 7월 이후에는 1군에서 밀려 퓨처스리그 경기만 소화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상황도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전지훈련 내내 장소를 옮겨가며 고난의 재활 일기를 썼던 김광현은 올 시즌 10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47로 한창 좋을 때의 성적은 아니었다. 지난 2년간 김광현을 괴롭혔던 왼 어깨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SK에서 부진했던 송은범은 KIA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결국 자신의 구위를 찾지 못했고 큰 기대를 모았던 채병룡 또한 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7.97로 부진한 채 1·2군을 오르 내렸다.
박정배는 부상 때문에 시즌 중반까지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기적적으로 빠른 재활 페이스를 보이며 시즌 중반 이후 팀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기에 더 아쉬운 복귀 시점이었다. 박희수는 마무리 전업 첫 시즌에 24세이브와 2.27의 평균자책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당시 부상을 당하는 등 전반적으로 한 시즌 전체가 깔끔하지는 않았다. 54경기에 뛰며 2승2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한 전유수가 테스트 탈락자 중 유일한 개근생이었다. 취지는 좋았을 수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그 때 그 테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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