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내준 포항, 숨은 적은 '잔디와 바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10.06 07: 03

포항 스틸러스가 '잔디'와 '바람'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포항은 지난 5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31라운드 수원과 홈경기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박성호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 드라마를 써냈다.
포항은 전반 17초 만에 수원의 중앙 수비수 곽광선의 자책골로 행운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정대세에게 2골을 내주며 패배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후반 추가시간은 3분이 주어졌고, 2분이 흘렀다.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만 남은 상황. 기적이 일어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황지수의 크로스가 올라왔고, 박성호가 머리에 정확히 맞히며 수원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포항은 환호했고 수원은 주저앉았다.

패하지 않았지만 이날 무승부로 포항은 선두 자리를 내줬다. 부산을 잡은 울산 현대에 골득실 뒤진 2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승리가 없는 까닭이다. 전북전 대승 이후 4경기(3무 1패)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에이스' 황진성이 무릎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FA컵 병행으로 주축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있다. 또 줄곧 선두에 있다 보니 1위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최근 포항의 플레이를 보면 안정감이 사라졌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선두 수성의 부담 없이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신명나는 우리의 축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벽을 넘어서야 한다. 바로 포항종합운동장의 주변 환경이다. 포항은 지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종합운동장으로 복귀했다. 포항스틸야드의 잔디가 심하게 훼손돼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10억 원의 거액을 쏟아부었다. 다음 시즌 시작 전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면엔 고충도 있다. 포항 특유의 스틸타카가 사라진 모습이다. 잔디와 바람의 영향 때문이다. 이곳의 잔디는 포항스틸야드와 송라클럽하우스의 사계절 잔디가 아닌 한국형 잔디다. 선수들은 낯선 그라운드와 마주해야 한다. 훈련 때 잔잔하던 바람도 킥오프를 하면 이상하리만큼 세찬 바람으로 바뀐다.
종합운동장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한다. 황 감독도 "아직은 잔디에 적응 중이다. 최근 이틀 정도는 여기서 훈련을 했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종합운동장 분위기가 산만해 선수들도 혼란스러워한다. 바람도 문제다. 훈련 때는 바람이 안 불었는데 경기 때 바람이 세진다"라며 고충을 토로한 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의 말마따나 훈련을 통해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포항은 올 시즌 남은 7경기 중 종합운동장에서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 인천 전북 서울을 차례로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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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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